코로나 확진자 수가 많아질수록 명품 가격이 오르는 이유

전 세계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6천만 명에 다다랐다. 그리고 샤넬 백이 1,000만 원을 돌파했다. 올해만 2번 가격을 인상했다. 샤넬뿐만 아니라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디올 등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덕분에 *오픈런과 함께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구매하겠다는 사람들로 명품관은 북새통을 이뤘다.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길게 서 있다가 문을 여는 순간 달려들어가는 것

국내 명품 산업의 호황기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명품산업은 건재하다 못해 훨훨 날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주요 백화점 명품 매출은 9.2% 증가했다. 동기간 백화점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4%가량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단순하게 경제학의 수요-공급 법칙으로 보자면 공급은 한정적인데, 수요가 증가하니 가격이 오른 것이다. 전 세계가 힘든 이 시기에, 사람들은 왜 명품을 더 찾는 걸까? 그래프에 따르면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는 줄어드는데, 왜 명품 브랜드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올렸을까?

1) 수요 증가: 보복 소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수록 소비를 미뤘다가 단기간에 크게 쓰는 현상이 늘고 있다. 이는 보복 소비라 불린다. 단순히 소비를 시간적으로 미루는 것뿐만이 아니라, 참았던 소비에 대해 심리적으로 보상을 얻기 위한 행동이다. 국내의 경우, 코로나19라는 재난으로 인해 국내외 여행이 크게 위축되면서 잉여 자금이 생겼지만, 부동산 가격과 더불어 주가가 상승하면서 잉여 자금이 갈 곳을 잃었다. 결국 불투명한 투자가 아닌 당장에 가시적인 명품에 소비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에서 보복 소비가 수치상 단적으로 나타나는 나라는 중국이다. 일례로 올해 4월, 중국이 이동제한 조치를 풀자마자 고소득층이 견인하는 소비가 폭발했다. 광저우의 에르메스 매장이 두 달여 만에 문을 열자, 오픈 당일 하루에만 매출 33억을 기록했다. 단일 매출로는 중국 내 최고 기록이었다.

2) 가격 상승: 베블런 효과

그렇다면 명품 브랜드들은 왜 계속 가격을 올리려 할까? 그래야 더 잘 팔리기 때문이다. 명품 산업은 수요-공급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높아지는 특성을 갖는데, 이를 베블런 효과라고 한다. 정확히는 상품이 얼마나 쓸모 있느냐가 아닌 과시욕에 의해, 가격이 오르는 데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를 말한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 소스테인이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언급한 데서 유래했다.

‘과시’가 핵심인 산업이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가격이 낮아져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남들이 쉽게 살 수 없는 제품이기 때문에 기꺼이 소비했던 고객들을 잃을 위험이 높다. 남들과 다르게 보이려는 심리에서, 특정 상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 수요는 감소하는 소비현상을 스놉(Snob: 속물) 효과라고 하는데, 한정판이나 고가의 제품 소비가 여기에 해당된다.

큰손으로 떠오른 2030

명품 산업이 잘나가고 있는 데에는 2030의 역할도 컸다. 올해 상반기 롯데백화점의 경우 2030 명품 매출 신장률은 각각 25.7%, 34.8%로. 같은 기간 40대 13.7%, 50대 10.5% 보다 증가폭이 크다. 신세계 백화점에서도 동기간 30%로 작년보다 증가했다.

2030은 단순히 명품을 소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명품 브랜드의 가격 상승을 이용해서 재테크를 하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인 건 일명 샤테크(샤넬+재테크)다. 가격 인상 전 제품을 사뒀다가 가격 인상 후 차익을 남겨 되파는 방식이다. 주로 캐리오버(앞 시즌부터 꾸준히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대상이다. 이렇듯 보복 소비의 여파와 새로운 큰손 2030의 견인으로,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은 오히려 호재가 되어 당분간 명품산업의 주가는 고공 행진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MarI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