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은 왜 이리 지독하게 서로를 미워할까

미국과 이란은 사이가 좋지 않다. 새해를 맞아 사람들이 덕담을 주고받을 때, 미국과 이란은 미사일을 주고받았다. 미국은 이란의 장군을 암살하고 이란은 미국의 군사기지를 공격했다. 골이 깊어진 지 어언 40년, 이 두 국가는 왜 이렇게까지 사이가 안 좋은 걸까?

미국이 중동에서 싸우는 이유

이란과 미국이 으르렁거리는 이유를 알기 전에, 왜 미국이 굳이 중동까지 가서 싸우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은 산유국으로, 내수용으로 쓰기에 그 양이 차고 넘친다. 굳이 중동의 석유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이라크 전쟁에 이어 이란까지, 중동에서 돈 쓰고 힘 빼고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석유는 내수용이지만 중동의 석유는 수출용이기 때문이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의 석유는 전 세계로 수출된다. 이 모든 석유가 위안화로 거래된다면?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중심을 쥐고 패권국으로서 지위를 지키기 위해 미국은 특정 관계 확립에 힘쓴다. 미국이 체제를 보호해주면, 중동의 국가들은 석유를 거래할 때 달러를 사용하고 미국에게서 무기를 사는 것이다.

미국이 이란을 싫어하는 이유

그러나 이 관계를 적극적으로 무너뜨리려는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이란이다. 이란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체제를 바꾸면서 이 이념을 주변국으로 전파하는 데 힘쓴다. 공화정을 품은 이 혁명 이념은 왕정을 유지하던 주변국, 특히 사우디에 큰 위협이었고 이는 사우디의 왕정체제를 보호하던 미국에도 큰 골칫거리였다.

*표면적으로 민주주의일 뿐 독재임은 여전하다.

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친미 정부를 주입하고 이란으로부터 사우디를 보호하려 했을 때, 솔레이마니가 이끄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국의 이라크 통제를 끊임없이 방해했다. 이때 사이가 더 나빠지면서 미국은 이례적으로 외국 정규군인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지도자인 솔레이마니 장군을 암살하기에 이른다.

이란이 미국을 싫어하는 이유

그렇다면 이란은 왜 미국을 싫어할까? 일단 이란은 기본적으로 반외세 정서를 갖고 있다. 이란은 전신 국가라 할 수 있는 페르시아 제국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데, 이 화려한 문명이 서구에 의해 무너졌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해 있는 상태다. 게다가 1820년대에 러시아와의 전쟁에 패배해 불평등 조약을 맺고, 그 이후 이란 혁명을 맺기까지 외세의 지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역사가 반외세 정서를 심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반미 감정이 본격적으로 격화된 건, 1951년 미국이 영국과 함께 이란의 쿠데타를 지원하면서부터다. 문제는 그 쿠데타가 이란 국민이 선거로 뽑은 모사데크를 제거하고 팔레비 국왕의 독재체제를 되돌려놨다는 데 있었다. 왕정 독재를 끝내기 위해 체제를 바꾸고자 한 시도가 외세의 간섭으로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원래는 사이가 좋았던 두 국가

사실 이란과 미국은 사이가 좋았다. 이란 팔레비 국왕이 집권할 당시, 미국은 왕정체제 유지를 돕고 이란 중심의 중동 정책을 폈다. 이란도 국가가 나서서 *서구화 정책을 주도할 정도로 미국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팔레비의 독재 때문에 먹고살기 어려워진 국민들이 1979년 팔레비 국왕을 완전히 몰아내는 이란 혁명을 일으켰다. 이후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이 두 국가는 서로에게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만다.

*백색혁명: 농지개혁, 기업 이윤의 노동자 분배, 여성참정권 등을 목표로 내세운 서구화 정책

현재 상황

혁명에는 성공했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란은 중동에서 고립되어 세력을 넓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라크는 지리적으로 중동과 이란을 잇고 있는데, 이슬람교 수니파였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시아파의 맹주국인 이란에게 적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자 이라크 내 시아파 세력이 이란을 지지하면서 이란의 세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가해 이란 경제가 힘들어지자, 이란 정부가 휘발유 보조금을 없애면서 기름값이 하루아침에 50% 폭등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란 내부에서 쌓여 있던 정치적 불만이 이 일을 계기로 함께 터졌고, 반정부 시위가 촉발되었다. 정부는 열흘간 인터넷을 폐쇄하고 혁명 수비대를 투입하여 초강경 진압을 시도하고 있으나 시위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란의 내부 분열로 미국과 이란의 전투 기세는 잠시 약해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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