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공포의 일주일

블랙먼데이와 팬데믹

3월 9일 월요일, 미국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모든 거래가 중단됐다. 주가가 순간적으로 7%나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기 때문이다. 2008년 이래 최대 폭락장세였던 블랙먼데이에 모두들 긴장했으나 3일 후 팬데믹이 선언되면서 전 세계 증시는 날개 잃은 새처럼 추락하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둘째 주, 가히 블랙위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장에는 엄청난 충격이 이어졌다. 한국은 코스닥과 코스피에 모두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주식 시장이 개장한 이래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저유가로 촉발된 블랙먼데이, 그리고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장은 패닉 상태다.

*서킷브레이커: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 매매를 일시정지하는 제도

*사이드카: 선물시장이 급변할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제도

유가와 전염병의 상관관계

저유가 쇼크는 증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반등을 어렵게 만든다. 건설·조선 및 에너지 업계가 침체되고, 산유국들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외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시장의 오일머니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현재 유가는 약 30% 폭락했다. 즉, 시장에 석유 공급이 수요보다 훨씬 웃돈다는 말이다. 이번 경우는 공급은 변하지 않았으나 수요가 급감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세계 석유제품 소비국 2위인 중국의 수요가 급감했다. 전염성이 강하지만 치료제나 백신이 부재한 상황에서, 격리 규모가 커지고 전체적인 소비 활동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에 한정된 수준을 넘어 팬데믹(세계적 대 유행병)이 선언된 만큼, 수요의 회복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팬데믹은 질병의 중증도보다는 지리적 확산과 관련된 용어다. 그리스어인 pan(뜻:모두)과 demos(뜻:사람)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팬데믹은 일정 기준에 이르면 WHO(세계보건기구)가 ‘선언’하게 되는데, WHO는 이 선언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팬데믹 선언이 세계 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을 선언하는 순간부터 대응 방향은 ‘억제’에서 ‘완화’로 바뀌게 된다. 억제 정책은 의심 환자를 진단하고 격리하며 감염경로를 파악해 추가 감염을 막는다. 그러나 완화 정책은 이미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없이 퍼져 방역이나 격리로는 대처가 안된다고 파악해, 대규모 행사나 모임 등을 취소하는 등 감염 가능성 자체를 낮추는 게 목표기 때문에 지금보다 소비 활동은 훨씬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급감으로 석유 생산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생산량 줄임)에 합의하려 했으나, 저유가로 미국 셰일 산업 타격을 노린 러시아의 반대 때문에 무산됐고 이는 블랙먼데이로 이어졌다. 이를 틈타 주요 산유국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저유가를 유지하고, 사우디는 공식 유가를 자체적으로 8달러 인하하면서 본격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와 트럼프는 재정부양책을 논의중이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잠시 반등하는 듯 했던 미 증시는 12일 WHO의 팬데믹 선언으로 다시 하락했다. 미국 증시와 *커플링되는 한국 증시도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치료제 없는 전염병 사태로 소비 심리 위축까지 더해진 경기 침체 상황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동조 현상(추세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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