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의 세대 교체, 그들이 온다

원조는 TGiF

시작은 TGiF였다.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애플(iPhone) 그리고 페이스북(Facebook). 이 4개 회사는 2000년대 초반 잘 나가는 기술주로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세대는 교체되었고, TGiF 조합은 어느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FAANG의 집권과 MAGA의 연이은 출현, 다크호스 PULPS 등장 때문이었다.

*FAANG: Facebook, Amazon, Apple, Neflix, Google

*MAGA: Microsoft, Amazon, Google, Apple

*PULPS: Pinterest, Uber, Lyft, Palantir, Slack

힘 빠진 FAANG

2018년 7월 26일, *페이스북 주가 하락(-19%)을 시작으로 트위터가 -28%, 넷플릭스는 -7%까지 떨어지면서 기술주가 대거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계기로 2010년 이후 실리콘밸리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던 FAANG의 일원인 페이스북과 넷플릭스의 입지가 불안해졌다.

*페이스북 CFO(최고재무관리자)가 컨퍼런스콜(3인 이상 전화 회의)에서 하반기 매출 둔화를 언급하자, 다음날 시가총액 112조 원이 날아간 사건

페이스북은 이후에도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했는데, 매출의 85%~99%를 광고 하나로 감당하는 편중된 사업과 성장 둔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넷플릭스의 경우 스트리밍으로만 매출의 98%를 벌어들이는데, 디즈니와 AT&T와 같은 신규 라이벌을 견제할 만한 신사업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이 겁을 먹고 주식을 매각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AGA의 반짝 등장

페이스북과 넷플릭스가 흔들리는 동안, MS는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전망치보다 9,000억 원을 더 벌어들이는 *어닝서프라이즈를 선보였다. 이에 뉴욕 증권가는 NFT와 MAGA로 실리콘밸리 기술주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다변화된 사업 부문과 각 부문의 사업성, 이로 인해 장기적인 경쟁력 보유했는지가 그 기준이었다.

*어닝서프라이즈: 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낸 경우. 예상 밖의 깜짝 실적

그리고 전문가들은 NFT보다 *MAGA 투자를 장려하기 시작했다. NFT는 하나의 사업 부문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커 그만큼 위험부담이 높지만, 신성장 동력 또한 뚜렷하지 않았다. 반면에 MAGA로 대변되는 4대 기술주는 2-4개의 사업 부문이 매출을 고루 담당하면서 사업 다변화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욕 증권가는 “MAGA의 시대가 왔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패러디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크호스 PULPS 등장

하지만 FAANG이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를 버리고 MAGA로 재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리콘 밸리의 대표주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미중무역분쟁으로 주가에 타격을 받은 데다 뉴페이스 PULPS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PULPS는 핀터레스트부터 우버와 리프트, 팔란티어에 슬랙까지 5개의 유니콘 기업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기술주의 조합이다.

올해 리프트를 시작으로 차례로 상장한 핀터레스트와 우버, 대기 중인 팔란티어와 슬랙도 수십조에 달하는 괴물 같은 기업 가치를 갖는다. PULPS가 각광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유경제 플랫폼의 폭발적인 부가가치와 4차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앞으로의 전망

뉴페이스의 등장이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단번에 FAANG이나 MAGA를 밀어낼 정도는 아니다. 미래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어 현재와 비교했을 때 시세차익을 많이 남길 수 있다는 기대가 모였을 뿐, 시가총액이 수백조에 달하는 기존 기술주들을 따라잡기란 아직 이르다. 게다가 괴물 같은 기업 가치만큼 엄청난 적자로도 유명한 이 PULPS는, 성장성과 미래비전만으로 고평가된 게 아니냐는 거품론에도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도 페이스북도 지금의 PULPS처럼 고평가 거품론에 엄청난 적자 상황을 모두 겪은 기업들이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이 중국산 부품 공급과 중국의 제품 수요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성격이 다른 PULPS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타격을 받은 FAANG의 좋은 대체 투자처가 되고 있다. 여기에 PULPS라는 조합으로 일종의 테마주 역할까지 기대되면서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테마주: 일정한 주제에 의해 같은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종목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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