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서 포착된 심상치 않은 움직임

물들어올 때 노젓다

작년 한 해 600여 명의 왕홍(중국 인플루언서)이 동대문을 방문했다. 그리고 1인당 2억 5천만 원이라는 경이로운 매출을 기록하면서, 동대문 패션시장은 왕홍에게서만 총 1500억 원을 벌어들이는 기염을 토한다. 이때다 싶은 동대문이 왕홍 방송 판매에 특화된 26개 스튜디오를 구비하면서 본격적인 왕홍 유치에 나섰다.

국내 최초 왕홍 방송센터

동대문 맥스타일 8층에 위치한 왕홍 라이브 방송센터 이름은 ‘투게더 코리아’다. 중국 왕홍 기지 사업자인 투게더 서플라인 체인과 글로벌 뷰티 브랜드 라쎄의 강형준 대표가 협력해 조성했는데, 300평이 넘는 스튜디오에서 K뷰티와 패션을 중심으로 무려 하루 최대 100편의 판매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왕홍 방송은 콘텐츠 경쟁력과 인기에 힘입어 제품 인지도의 가파른 상승과 대규모 판매가 가능하며, 팬덤이 탄탄해 반품률도 현저히 낮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한국 기업들도 거액을 들여 대형 왕홍 초청 이벤트를 열고는 했는데, 이제는 투게더 코리아를 통해 일정 수수료만으로 왕홍 방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한결 부담을 덜게 됐다.

동대문의 입지

왕홍이 몰리는 동대문은 FAST FASHION의 시초로, 단연 국내 섬유 패션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전국 섬유 패션 매출의 17%(15조 원), 종사자는 26%(18만 명)에 달하는, 패션의류의 생산과 유통이 집적된 국내 최대 패션의류 특화 클러스터(비슷한 산업 군 밀집 지역)다. 일일 유동인구는 100만 명으로, *전국 패션의류 도소매 상권의 주요 공급처다.

*일평균 10만 명의 상인에게 120억 규모 공급 추정

하지만 장기간 대내외적 요인으로 상권이 많이 침체되어 있었는데, 그 원인으로는 ▲사드 여파로 인한 중국의 주문 감소, ▲글로벌 SPA 브랜드의 국내 진출 가속화, ▲제품 개발이 아닌 가격경쟁력이 치중하면서 차별화에 실패한 점 등이 꼽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왕홍의 등장은 동대문의 부활을 언급할 정도로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됐다.

동대문의 경쟁력

하지만 동대문이 자체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왕홍’이라는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대문은 생산, 유통과 마케팅, 기술에 특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상권 침체에도 국내 최대 섬유 패션 클러스터라는 지위를 잃지 않은 이유기도 했다.

모든 가치사슬(소재-생산-유통)이 집적되어 있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획부터 판매까지 *2일 이내 모두 가능하다. 동대문 패션비즈센터 및 DDP 등을 중심으로 패션, 문화, 관광이 결합된 마케팅 기반이 존재하며, 2006년부터 정부 주도로 IT와 섬유 패션을 융합한 개인 맞춤 의류 분야를 연구개발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 브랜드 67개월, H&M 8주, ZARA 23주

앞으로의 전망

한번 경험한 중국발 쇼크(사드 사태)를 경험한데다 자체 경쟁력도 갖춘 동대문은 상권 부활을 전적으로 왕홍에 의지하지는 않는다. 경쟁력과 과거의 교훈을 발판 삼아, 서울시와 정부의 지원 아래 글로벌 패션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5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19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개인 맞춤형 의류 신사업, ▲동대문 생태계 디지털 및 프리미엄화,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진 공간 조성 등을 목표로 한다. 이 5대 프로젝트의 성과가 동대문의 재기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면서, 진행 과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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