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까지 IT기업 100개 인수한다

자산 20조 원 슈퍼리치

일본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구동성 이 사람을 외칠 것이다. 소프트뱅크 회장 손 마사요시, 재일교포 출신이며 한국식 이름 ‘손정의’로 많이 알려져 있다. 재산이 무려 20조 원으로, 알리바바 초기에 투자해 2,00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이면서 유명해졌다. 투자 결정까지 단 6분이 걸렸다는 사실도 유명세에 한몫 했다.

일본의 워렌버핏으로 불리는 이 슈퍼리치가, 이번에는 본인 재산의 5배가 넘는 111조 원을 손에 쥐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1년까지 IT기업 100개를 인수하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말이다. 얼마 전에는 “오직 AI에만 투자하며, 100억 아래로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구체적인 분야와 규모를 밝혀 화제가 됐다. 그렇다면 111조 원이라는 큰 돈을 어디서 나서, 어디에, 무엇을 목표로 투자하려는 걸까?

111조 원의 출처

앞을 내다본 일로 큰돈을 번 손정의 회장은 더 이상 ‘예측’에 만족하지 않았다. 미래 기술을 직접 주도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다. 최대 출자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부다비의 국부펀드를 등에 업고 99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여 *세계 최대(2위가 1/4 수준인 250억 달러 운용 중) 투자 펀드를 운용 중이다.

사실 소프트뱅크는 투자 회사가 아닌 IT 소프트웨어 유통으로 시작한 통신 회사다. 보다폰 재팬 인수를 시작으로 일본 3위 통신사인 스프린트를 인수하면서 일본 최대 통신사 중 하나로 우뚝 섰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97%의 에너지를 통신에 쏟고 나머지 3%를 투자에 썼지만 이제부터는 그 반대가 될 것”이라며, 기업 체질 개선의 첫걸음으로 비전펀드를 조성했고 세계 최대 벤처투자사로 거듭났다.

어디에 투자할까

소프트뱅크는 지금까지 우버(미국), 디디추싱(중국), 그랩(동남아시아), 올라(인도), 99(브라질) 등 국가별 차량 공유업체 1위 기업에 모두 투자해 사실상 자체 모빌리티 그룹을 만들어왔다. 여기에 사물인터넷 반도체(영국 ARM, 미국 엔비디아), 공유오피스(위워크), 핀테크(인도 페이티엠, 미국 소파이), 헬스케어 바이오(핑안메디컬, 로이반트) 등 미래 유망 기술을 잡으며 투자의 바로미터(척도)가 되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IT 업계에서도 AI 기술에만 투자금을 집중할 계획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순간, 즉 싱귤래리티(특이점)가 가까이 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행보는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영국 반도체 회사 ARM의 “Project Trillium”이다. 자체 머신러닝 시스템으로, 모든 반도체 칩에 AI 기능을 탑재(얼굴, 지문 인식 등)하여 빅데이터를 모으고 하나의 거대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왜 투자할까

굵직한 회사들에 투자하면서도 2021년까지 IT기업을 100개 인수한다는 것은 단순히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표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글로벌 IT 생태계의 초석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해서 바꿔야 하는데, 이는 한두 개 기업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고 기업들을 하나로 묶는, 이른바 무리 전략이다.

손정의 회장은 본인의 영향력 아래 있는 100개의 기술 기업이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여 서로 협력하며 성장 속도를 높이고자 한다. 여기에 AI혁명(=싱귤래리티)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그 생태계를 AI 중심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의 전망

비전펀드는 작년 4분기에만 영업 이익 8조(전년 동기 대비 +5조) 원을 내며 승승장구 중이다.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는 수익구조가 잘 갖춰진 셈이다. 하지만 과감한 투자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비전펀드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마케팅 비용으로 대부분 소진하면서, IT 스타트업 업계 전반에 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지난 2년간 분기당 약 7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이미 기금 절반을 소진했다. 이 속도라면 1년 반 만에 기금이 고갈될 예정이다. 손정의 회장이 비전펀드 2기, 3기 출범을 예고했으나 추가 기금을 조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요국의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이는 데다,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얽히면서 일부 IT 기술 기업이 사우디와 얽힌 투자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슈끄지 암살 사건: 사우디 왕가를 비난한 언론인 카슈끄지가 터키에서 암살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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