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속 유니콘이 현실에 나타났을 때

유니콘의 시작

지금으로부터 6년 전, 현실적인 감각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경제 전문가들이 전설 속 동물 ‘유니콘’을 찾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미국의 밴터 캐피탈리스트 ‘에일린 리(Aileen Lee)’였다. 여느 때처럼 기업을 물색하던 에일린은 신기한 현상을 발견한다.

*포춘 500대 기업이 20년을 걸려 만든 기업가치 10억 달러(1조 원)를 몇몇 벤처 회사가 단 몇 년 만에 이뤄낸 것이다. 당시 창업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비상장 벤처 회사가 폭발적인 기업가치를 가지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에일린은 이러한 기업들을 보기 드물다는 뜻에서 ‘유니콘 기업’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춘이 매년 발표하는 매출액 기준 미국 최대 기업 500개

현실에서 보기 쉬워진 유니콘

에일린의 기준으로 볼 때, 2009년 3월, 미국에서 블룸에너지라는 첫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이후 2년에 1개, 1년에 한 개, 1달에 1개씩으로 빠르게 늘어나더니, 2014년부터는 매주 한 개꼴로 탄생하고 있다. 클라우드, AI 등 4차 산업혁명 붐을 타고 관련 벤처 기업들의 몸값도 덩달아 크게 오르는 탓이다.

최초 유니콘을 배출한 국가답게 현존하는 유니콘 기업 326개 중 절반(156개)이 미국 기업이다. 특히 일명 스타 유니콘으로 불리는 기업들이 몰려있다. 얼마 전 뉴욕 증시에 안착한 핀터레스트부터 상장 대기 중인 우버, 슬랙까지. 벤처로 시작해 상장하자마자 *시총 25조를 넘긴 미국의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는 이미 전설이다.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이 약 25조 5300억 원으로, 리프트보다 약 3,000억 원 높은 수준이다.

유니콘 기업이 되기까지

옛날보다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유니콘 기업은 *데스밸리를 건너 살아남은 극소수의 벤처 회사들이다. 계속되는 적자에도 외부 투자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매우 험난하다. 마지막까지 살아 남아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해, 벤처 회사들은 크게 4가지 단계의 투자를 받는다.

*데스밸리(Death Valley): 신생 기업이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맞닥뜨리는 도산 위기

Seed Money는 초기 스타트업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주로 은행, 정부, 지인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시리즈A는 20150억 원 규모의 투자로, 이때부터 벤처 캐피털들이 참여한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되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시리즈B(70100억)로 넘어간다. 시리즈B를 거쳐 규모가 커지면 이때부터 시리즈C, D 등으로 불리는 수십~수천 억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다.

국내에도 유니콘이?

국내 유니콘 기업은 공식적으로는 6개지만, 실제로는 1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온라인 쇼핑 및 배달 시장(쿠팡, 우아한형제들, 티몬 등)에서 두각을 보이며, 해외를 공략(크래프톤, 빅히트 등)하거나 규제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비바리퍼블리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벤처 연합으로 시작해 국내 첫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던 옐로 모바일은 극심한 자금난에 그 이름을 잃었지만, 현역 유니콘 기업과 유망주들이 국내 벤처 시장을 활황으로 이끌고 있다. 쿠팡, 티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BTS), 엘앤피코스메틱(메디힐 마스크팩),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을 선두로, 야놀자, 쏘카, 마켓컬리 등이 뒤를 이을 준비 중이다.

우려의 시선

우후죽순 탄생하는 기업가치 1조 원의 유니콘 기업을 넘어, 쿠팡, 우버 등 기업가치가 10조 원을 넘는 일명 ‘데카콘’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벤처들의 기업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은데, 1995~2000년에 경험한 *닷컴버블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닷컴버블: 인터넷 분야가 각광받으면서 닷컴 회사들의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높아졌다가 급락한 사건

데카콘이라 불리는 우버도 흑자 전환 시점이 명확하지 않고, 쿠팡도 작년 말 누적 적자만 2조 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렇듯 기업의 *펀더멘탈과는 무관하게 성장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고평가된 *밸류에이션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펀더멘탈: 기업의 재무건전성 또는 미래 성장 가능성

*밸류에이션: 기업의 현재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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