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자랑하던 보잉, 어쩌다 이렇게 됐나

두 사고의 공통점

300만 분의 1도 안되는 확률이 5개월 사이 두 번이나 발생했다. Full Loss, 비행기 완파 사고다. 지난 3월 10일, 에티오피아 항공기가 이륙 직후 추락했다. 탑승자 137명이 전원 사망했다. 에티오피아 사고 불과 5개월 전,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역시 완파 사고로, 탑승자 189명이 모두 사망했다. 이 두 사고는 완파 사고라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있다. 같은 기종의 비행기였다는 사실이다.

역대 최고 히트작

이 두 사고의 공통점인 보잉737 맥스는 단/중거리 베스트셀러인 보잉737 시리즈의 최신 버전이다. 신형 엔진(LEAP-IB)을 장착하면서 연비를 14%나 끌어올렸다. 유류 비용이 항공사 영업비의 30%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연비 향상은 굉장히 매력적인 셀링 포인트다. 그렇게 출시와 동시에 4600기를 수주하면서 시리즈 사상 역대 최고 히트를 기록했다.

MCAS란?

보잉737 맥스에는 조종특성증강시스템(MCAS:Maneuvering Characteristics Augmentation System)이 적용됐다. 신형 엔진이 이전 엔진보다 무거워지면서 비행기의 꼬리는 가라앉고 머리가 들리는 각도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기수(비행기 머리)가 계속 들린 상태에서는 속도가 줄면서 추락할 위험이 있어, 자동으로 기수를 낮춰 *실속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양력(비행기를 띄우는 힘)을 잃어 비행 중 고도가 떨어지는 경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전을 위해 적용한 MCAS의 오작동으로 비행기가 추락했다. 비행기는 제대로 가고 있는데 MCAS가 기수가 들렸다고 잘못 판단하고 기수 높이를 계속 내렸기 때문이다. 조종사가 수동 조종으로 머리를 다시 끌어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에티오피아 항공 추락 직전, 11분 동안 조종사와 MCAS가 기수를 올렸다 내렸다 30번을 반복했다. 조종사는 보잉이 제공한 매뉴얼을 따랐으나,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예견된 추락, 잘못 줄인 세 가지

보잉737 맥스의 추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개발 기간, 비용 절감, 교육 이 세 가지에 문제가 있었다. 2011년 에어버스가 A36NEO를 출시하면서 3000기 수주에 성공했다. 라이벌 기업에 고객을 뺏길까 위기감을 느낀 보잉은 737시리즈 최신작, 737 맥스를 만들어냈다. 사내 로비스트 30명의 활약으로 밑그림부터 개발, 연방항공청의 승인까지 순조로웠다. 문제라면, 최소 10년이 걸리는 개발을 4년 만에 끝냈다는 사실이었다.

단기간에 비용까지 절감하며 개발한 비행기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항공 전자 시스템의 디지털화 흐름에 따라 전기신호로 비행기를 제어하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FBW) 플랫폼이 각광받았으나, 보잉은 이를 737시리즈에 적용하지 않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새로운 플랫폼 대신 기존 기계식(유압식) 조작 방식을 고집했다. 37만 개 부품이 사용된 기계식 플랫폼은 그대로 두면서 과도기적 프로그램을 적용했고, 결과는 ‘불안정’ 이었다.

항공사의 교육 부재

추락 사고 시뮬레이션 결과 파일럿이 문제를 파악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은 단 40초뿐이었다. MCAS 오작동에 대한 경고등도 없는 상황이었다. 더 큰 문제는 파일럿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종을 운항하기 전, 조종사는 해당 기종에 익숙해지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인당 3만 달러로, 항공사가 비용을 부담한다. 하지만 실제 교육받은 시간은 단 두 시간이었다. 그마저도 아이패드로 영상을 시청한 게 전부였다.

이후의 이야기

중국, 싱가포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20여 개국이 *보잉737 맥스8, 9의 운항을 중지했다. 보잉 CEO가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해서 737 맥스는 안전하다고 설득했으나, 운항 중지를 막지는 못했다. 보잉은 지난 3월 27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및 안정성 검증을 요구받았다.

*보잉737 맥스 시리즈는 크기에 따라 7,8,9,10 4종류로 나뉜다.

이에 데니스 뮬렌버그(보잉CEO)가 시범운항 비행기에 직접 탑승하는 등 언론을 이용한 쇼잉(showing)에 한창이다. 수주 내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완료되면, 보잉에 우호적인 미연방 항공청과 16개 사외 로비스트 업체들의 활약으로 상반기 중 운항 금지 조치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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