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게임인가 스포츠인가, e스포츠 산업 파헤치기

미국의 MLB보다, NBA 파이널보다, 아니 그 둘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중계가 있다. 바로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스다. 게임 경기를 보겠다고 사람이 몰리는 건 이제 흔하고 당연한 일이 되었다. 게다가 MS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빔(Beam)을 인수해서 믹서(Mixer)라는 브랜드로 다시 내놓았고, 아마존도 마찬가지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를 1조 원을 내고 인수했다. 굴지의 IT 공룡 기업들까지 뛰어드는 e스포츠 산업은 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걸까?

e스포츠 탄생 배경

1997년, 미국의 Dennis Fong이 최초로 공식 프로게이머로서 인정받았다. 당시 게임 토너먼트 우승상금과 함께 페라리를 받아 유명세를 치른 건 덤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리그전은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일 뿐, e스포츠의 개념은 없었다. 하지만 이듬해 한국에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됐다. 여기에 IMF의 여파로 퇴직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PC방을 창업하면서, 한국은 그야말로 게임 ‘대결’하기 좋은 곳이 됐다.

전국 곳곳의 PC방이 각각 소규모 리그가 되었고, 소규모 리그들이 점점 커지고 통합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최초의 프로 리그가 탄생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임요한, 기욤 패트리, 홍진호, 이윤열 등의 프로 게이머가 등장한 시기도 이때다. 2002년에는 삼성의 프로팀 공식 후원으로 존재감이 커지면서 세계 최초로 e스포츠 협회를 설립했다. 피파온라인, 위닝, 리그오브레전드 등이 공식 종목으로 추가됐다. 이렇게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이 됐다.

e스포츠 산업과 수익구조

e스포츠는 단순한 마케팅 도구에서 자체 수익구조를 가진 산업으로 발전했다. 기존 게임 시장이 개발사→퍼블리셔→플랫폼→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였다면, e스포츠는 게임의 생애 주기와 마케팅 전반을 관리하는 퍼블리셔부터 시작된다. 이는 e스포츠 리그들이 일반적으로 따르는 구조지만, 대부분의 게임이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게임 생애 주기를 관리하는 퍼블리셔가 게임 지원을 포기하면 언제든지 리그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정성이 존재한다. 최근 리그 중단을 선언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대표적인 예다.

e스포츠 수익은 크게 스폰서십, 중계권, MD, 티켓 세일즈 및 F&B, 전용경기장 등에서 나온다. 스폰서십은 전체 수익의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포함한 tv 방송국을 대상으로 한 중계권도 꽤 쏠쏠한 수입원이다. 특이한 점은 e스포츠의 MD 상품에 디지털 굿즈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롤챔스에서 우승한 선수들을 테마로 스킨을 제작하고 판매하는데, 실물 굿즈 못지 않게 인기가 매우 높다. 게다가 음식을 먹으면서 경기를 관람하는 문화는 e스포츠에도 적용된다. 그래서 주최사는 PC방을 포함한 전용경기장(예:롤파크)에서 관람 티켓을 팔고, 게임 경기를 보며 먹고 마시는(F&B 판매) 일을 장려한다.

프로 선수가 돈버는 법

퍼블리셔는 게임 홍보해서 돈 벌고, 오거나이저(주최)는 대회 인기로 돈 벌고, 그럼 선수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사실 그전에 먼저 프로선수와 프로게이머의 차이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프로게이머는 공식적으로 공인 대회에서 연 2회 이상 입상한 게이머를 말한다. 프로선수는 기업 또는 구단과 계약하여 연봉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프로게이머도 직업으로서 인정받지만, 사실상 프로선수가 되지 않으면 수입을 대회 상금과 출연료에만 의지하는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프로선수가 되면 수입에 대한 불안은 크게 줄어든다. 평균 연봉이 1억이 넘는 세계가 펼쳐진다. (단, 프로게이머의 연봉이 아닌 프로선수의 연봉 평균이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 기발한 전략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페이커(이상혁)의 연봉은 30억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통틀어 1위다. 연봉 외에도 스킨 라이선스, 스트리밍 수익(팀 또는 개인), 스폰서쉽, 상금, 광고 모델료 등 여러 채널에서 부가적인 수입을 얻는다.

‘스포츠’ 논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e스포츠는 아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종목을 ‘스포츠’로 볼 수 있냐는 논란이다. 사실 e스포츠도 전통 스포츠처럼 토너먼트 승리를 위해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하며 득점 시스템이나 특정 장비 규정과 같은 규칙이 존재한다. 팀에는 전략을 수립하는 감독과 코치가 존재하며, 각본 없는 경기를 심판이 판정한다. 예비 선수와 스타터 선수도 있다.

반면,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신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단련하는 일반 스포츠 선수들과 같은 스포츠 선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둑과 같이 신체활동이 적지만 스포츠로 인정받는 종목도 있는 데 반해, 신체활동이 많지만 각본이 쓰여 스포츠로 보기 어려운 WWE(프로레슬링 TV 프로그램)도 있다. 스포츠를 단순히 ‘신체 활동’으로 구분하기에는 ‘스포츠 정신’ 등 다양한 개념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앞으로의 전망

스폰서쉽에 기대는 수익구조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지만, e스포츠가 주류 문화로 편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022년에 3조 3000억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기준 시장 규모는 1조 219억 수준으로, 연평균 27%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이 기대된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2024년 파리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논의한다는 소식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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