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하는 코끼리, 인도가 잘나가는 이유

잘나가는 인도

올 초,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신흥국과 관련된 위험자산에서 줄줄이 돈을 빼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이 된 지금, 오히려 글로벌 펀드 자금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에는 7주 연속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순유입되기도 했다.

발 동동 구르던 신흥국들이 한숨 돌리나 싶었더니, 인도가 이 기세를 몰아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인도의 올해 주식시장 규모는 2조 800억 달러(2,340조 원)으로, 세계 7위로 올라섰다. 1조 9,700억 달러(2,220조 원)의 독일을 제쳐 주목을 받았다. 국내외 불안 상황에서도 이처럼 인도 증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도의 경제 상황과 정책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도의 경제: 전화위복

인도는 90년 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경제를 개방했다. 그래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기록적인 경제성장률을 이룰 때, 떠오르는 신흥국으로서 자주 비교당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늦은 경제개방이 오히려 득이 됐다. 낮은 대외의존도와 탄탄한 내수가 세계의 무역분쟁으로부터 인도를 보호하는 모양새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지면서 내수 비중이 큰 인도에 자금이 몰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큰 타격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위험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낮은 대외의존도와 풍부한 외화 보유고, 외화 보유고를 훨씬 웃도는 금까지 보유 중인 인도는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의 정책: 모디의 캐리

인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 모디의 정책은 모디노믹스라고 불리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인프라 구축, 제조업 육성, 외자 유치다. 이를 위해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가 주도의 포럼을 주최하는 등 기업과 투자자에게 활발하게 구애해 왔다. 그 결과, 제조업뿐 아니라 글로벌 IT 기업들이(IBM, MS 등) 인도를 R&D의 거점으로 삼기 시작했고, 최근 2년간 증시(주식 시장 규모)는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모디노믹스의 일환인 ‘메이크 인 인디아’정책이 내수 기업들에게 수혜로 작용하면서 금융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 넣었다. 메이크 인 인디아는 제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와 기업 지원 정책이다. 돌아오는 5월 열릴 총선에서 모디의 연임을 성공하는 전망에 큰 역할을 했다.

불안 요소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듯, 인도도 대내외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대외적으로는 석유 순수입 국가로서 국제 유가에 따라 환율이 요동치고 물가가 불안정한 것도 위험 요소다. 올해도 글로벌 유가에 따라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금리를 두 차례 올린 이력이 있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았다.

또, 모디의 정책에 명암이 존재하는 것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모디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약속했고, 실제로도 괄목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인도의 일자리 중 77% 가까이가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과(국제노동기구 평가), 경제 성장 속도보다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더 빠르게 커지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앞으로의 전망

최근 중앙은행의 독립성까지 훼손하면서까지 경기부양 정책(대출 규제 완화, 금리 인하)을 펼치는 모디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면이 어떻든 모디가 만들어낸 인도의 경제는 호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의 글로벌 펀드 자금은 인도를 도피처로 삼아 몰리고, 국내 노동 시장에서는 최소 20년간 생산 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풍부한 노동력도 유지될 전망이다.(인구의 40% 이상이 24세 이하다)

이렇게 막강한 자본과 풍부한 노동력, 정부의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맞물리면서 IMF도 향후 인도가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로 늘어난 악성부채와 빈부 및 도농 격차 심화 등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는 강력한 정책은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