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대통령, 노란 조끼에 꺾이나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 참여자가 누적 70만 명을 넘어섰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까지 떨어졌다. 역대 가장 인기가 없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전임 프랑수아 올랑드보다 낮은 수치다. 한때 로마 신화 최고신의 이름과 함께 마뉴피터(마크롱+주피터)로 불리던 마크롱이 역대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노란 조끼’는 무엇인가

‘노란 조끼’ 시위는 최저임금 인상, 거주세 인하, 부유세 부활, 대입제도 개편 철회, 마크롱의 퇴진 등을 요구한다. 50대 여성의 SNS영상에서 시작된 이 시위는, 현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며 운전자들이 차량에 비치하는 노란 조끼를 입고 시작한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한 달여간 지속되고 있는 시위는 1,200여 명이 구금되고 시위 진압에 최루탄과 장갑차가 등장할 정도로 격화되며 반정부 시위 성격까지 띄고 있다.

시위의 기폭제가 된 유류세 인상에 대해 정부는 대기 오염 감소를 내세웠지만, 이미 8년 전 프랑스의 디젤차 비중이 70% 넘었을 만큼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서민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이 크다. (올해 경유 가격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작년 대비로도 23%나 상승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소비 여력이 많이 약해진 상황에서, 기업과 부자들에 유리한 정책이 지속되자 이번 유류세 인상 발표를 계기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현 정부의 정책 방향

마크롱은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자산 합계가 약 17억 이상인 개인에 대해 부과하는 부유세는 축소하면서, 기름, 담배 등에 붙는 간접세를 비롯해 주거비, 통신요금, 전기료 등은 이미 인상했거나 곧 인상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환경을 위한 일이라는 유류세 인상안은 왜,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까?

유류세가 올라갈수록 프랑스 자동차 회사들에게는 호조다. 일단 르노부터 이미 전기차가 주력인 회사다. 프랑스의 또 다른 자동차 회사 푸조시트로엥도 2023년까지 전체의 80%를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카로 키울 예정이다. 여기에 정부가 2022년까지 법인세를 25%까지(현재 33.3%) 인하하겠다고 밝히면서 프랑스 자동차 회사들은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참고로 프랑스 정부는 각각 회사들의 15%, 13.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만 39세에 대통령 된 마크롱

마크롱은 24살의 나이차를 뛰어넘은 영부인과의 러브스토리와 화려한 이력으로 단숨에 스타 정치인이 됐다. 프랑스의 엘리트만 모인다는 국립행정학교 출신에, 30대 초반에는 로스차일드 은행 임원을 역임하고, 중반에는 경제산업장관을 거쳐 만 39세에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었다. 하지만 최연소보다 강력한 마크롱의 타이틀은 바로 기득권 정치판을 뒤엎은 ‘비주류 출신’이었다.

마크롱은 사회당과 공화당만 주고받던 정치 게임을 종식시킨 첫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중도 성향인 앙마르슈(뜻:전진)를 창당하여 60년 만에 비주류 정당 후보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역사의 한 획을 그으며 66%의 득표율로 승승장구하는 듯 했으나 그 기세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안전 담당 보좌관의 시민 폭행 사건과 내각 내 인기스타였던 환경장관의 사임 등으로 지지율에 타격을 입고, 이번에는 노란 조끼 사태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협의점은 없는가

현 정부 정책으로 인해 더 커지고 있는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라는 것이 노란 조끼 시위대의 핵심적 요구다. 부유세와 법인세는 축소하면서 국민연금 지급액 증가 폭은 제한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든 정책에 전기세, 가스비 등의 세금과 대학 등록금 인상안까지. 시위가 격해짐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냉난방비와 유류세 인상을 보류하였으나, 격해진 감정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회정책의 변화뿐 아니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불안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