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업계는 이렇게 돌아간다

면세점계를 주무르는 큰손

국내 면세점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커(중국 여행객)는 면세점계의 큰손이다. 그런데 올해 사드 보복으로 인해 유커의 방한이 뚝 끊기면서 면세점의 매출 급락이 우려되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면세점의 3분기 누적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는데, 바로 새로운 큰손 ‘따이공’의 등장 덕분이다. 보따리상을 의미하는 ‘따이공’은 면세점에서 대량 구매 후 중국에서 재판매하는 판매상을 말한다. 인당 몇천만 원단위의 구매력을 가져 새로운 큰손으로 떠올랐다.

중국의 새로운 전자상거래법

유커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운 따이공은 면세점계에서는 큰손이지만, 중국 정부에게는 골칫거리다. 따이공이 물건을 조달하고 재판매하는 과정에서 짝퉁과 불법 유통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에서 물건 구매 후 중국으로 입국할 때 짝퉁으로 바꿔치기한다던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중국 유학생이나 여행객을 이용해서 물건을 들여오는 식이다. 본국에서 마진을 붙여 재판매하는 수입에 대한 세금도 내지 않아 구매의 위법성 논란도 계속됐다.

따이공의 몸집이 커지자 중국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얼마 전 따이공이 한국에서 상하이 푸동공항으로 들여오는 모든 물건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하면서 본격적인 규제의 움직임을 보였다. 시기는 예정보다 미뤄졌지만 새로운 전자상거래법도 시행할 예정이다. 웨이상을 정식 사업자로 관리하여 거래활동을 투명하게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따이공의 구매력이 웨이상 채널을 바탕으로(특히 화장품) 해왔던 만큼 따이공 사업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면세점 업계 상황

따이공들의 활발한 활동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국내 면세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따이공에 대한 △높은 의존도, △ 수수료, 계속되는 △사드 보복의 여파 때문이다. 사실 국내 면세점에게 따이공은 리스크다. 구매의 위법성 논란도 논란이지만, 일단 의존도부터 너무 높다. 엄청난 유커의 구매력을 따이공이 그대로 대체하면서 따이공 활동 규모에 따라 타격을 받게 되는 구조가 됐다. 중국이 처음에 전자상거래법을 당장 2019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했을 때 국내 면세점 업계가 불안해했던 이유다.

따이공에 대한 수수료는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이공을 데려와 주는 조건으로 여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비용이 작년에만 1조 원 넘게 지출됐다. 올해도 매출 대비 10~30%를 넘나들었다. 다행히 지난 9월 말 최고점을 찍은 이후 11% 정도로 안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아직 불안을 떠안고 있다. 중국이 여전히 한국 단체여행에 4불 정책을 유지하면서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 계열사 방문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전망

따이공의 영향력이 이 정도이다 보니, 전자상거래법 발효와 함께 따이공의 구매가 위축되어 면세점 매출이 급감할까 우려가 크다. 하지만 현재 따이공의 마진율은 30% 이상인데 거래 투명화로 인해 마진율이 하락한다고 해도 20% 내외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영업 규모가 축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게다가 따이공이 이미 어느 정도 기업화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법 유통과 부정적 이미지 개선을 위해 거래의 투명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다수다.

불안 요소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중국이 짝퉁 유통 견제를 위해 플랫폼에 지적재산권 보호 의무를 부과한 부분 만큼은 면세점에 호재로 작용할 예정이다. 짝퉁 신고에도 플랫폼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최대 3억원이 넘는 벌금을 낼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전자상거래법 시행이 1년 이상 유예되면서 당분간 따이공의 활동과 규모는 유지되거나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