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신경 안쓰는 쿠팡의 배짱, 어디서 오나

쿠팡의 지난 3년간 누적 적자는 1조 7,000억 원이다. 올해 2조 원을 돌파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쿠팡은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인한 계획된 적자일 뿐,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한다. *자본잠식에 대한 우려도 현금 보유액이 8,000억 원이 넘는다며 정면 반박했다. 그렇다면 쿠팡은 왜 적자를 계획하고, 적자를 내면서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걸까?

*자본잠식: 회사의 적자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회사 자본이 마이너스가 되는 현상. 부실기업 논란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다.

쿠팡의 적자 원인

이커머스 업체의 수익구조는 크게 중개 수수료+상품 매출액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개 수수료는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고 받는 돈으로, 보통 15% 내외로 결정된다. 하지만 프로모션 비용과 카드 수수료 등을 제하면 실제로는 2-3% 정도가 고작이라 쿠팡도 *직매입 비중을 늘려왔다. 하지만 직매입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식품군 자체가 기존 물품보다 수익성이 낮은 데다 직배송에는 투자와 유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수익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쟁적인 가격 하락 등도 수익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직매입: 회사가 직접 물건을 사서 마진을 붙여 팔며 재고까지 책임지는 형태

쿠팡은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 직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을 론칭하면서 2016년에는 인천과 이천에 각각 3만 평에 달하는 물류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직배송과 대규모 물류센터 투자가 오히려 눈덩이 적자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해 운반 및 임차료 비용은 1,467억 원으로 위메프 22억 원, 티몬 36억 원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믿는 구석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전 세계 5위 규모로, 거래액이 110조에 달하며 매년 20%씩 성장 중이다. 하지만 과다 출혈 경쟁이 이어지면서 치킨게임 속에서 버티기에 접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팡은 일본의 투자 기업 소프트뱅크와 사우디 국부펀드가 공동 조성한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 펀드로부터 2조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 받았다. 기업가치를 약 10조 원으로 평가받으면서 3년 전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1조 원의 투자를 받은 것에 이어 또다시 거액을 투자 받았다.

쿠팡 투자를 주도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업계에서 투자의 신으로 불린다. 알리바바가 소기업이었던 2000년 당시 2,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14년 후 2,500배의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천군만마를 얻은 쿠팡은 올해 매출 5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금을 물류와 결제 플랫폼 혁신에 사용할 것이라 밝히면서 당분간 적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쿠팡의 지배구조

소프트뱅크, 세콰이어, 블랙록 등 투자금이 모두 해외에서 유치된 것은 외국계 법인이라는 메리트와 김범석 대표의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범석 대표부터 미국 국적인 쿠팡은 외국계 기업이다. 김대표가 세금, 주권행사 등 경영자에게 유리한 미국 델라웨어에 설립한 쿠팡LCC가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형태다. 업계는 특히 김대표의 인맥풀에 주목하는데, 하버드대를 나와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경력을 쌓고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을 다니며 쌓은 미국 실리콘밸리 인맥이 한몫했다고 보기도 한다.

올해 매출이 작년의 2배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쿠팡은 몸집 불리기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계속된 적자로,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를 포함해 지분을 받고 투자를 한 기업들이 투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실리콘밸리의 투자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성장세에 주목하기 때문에 당장은 투자금 상환 이슈에 휘말리지는 않을 테지만, 장기적으로 돈 먹는 하마가 될지 한국의 아마존이 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