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수난시대, CEO 정보까지 유출

개인 정보 유출, 대선 개입 스캔들, 악성 콘텐츠 등 연이은 사건사고들로 페이스북에 대한 사용자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신뢰도 회복은 둘째치고 몇 년간 누적된 스캔들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련의 사태들은 부실한 보안과 느슨한 정책, 업에 대한 책임감 부족이 초래한 것으로, 사전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문제들로 평가되면서 더 큰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

개인 정보 유출: 부실한 보안

2018년 9월, 페이스북은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로 해킹을 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7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5,000만 건에 달하는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인데, 심지어 CEO인 마크 저커버그 정보까지 유출되었다. (한국은 약 3만 5천 개의 계정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킹 주체와 목적, 유출된 정보의 종류 등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뷰애즈’라는 페이스북의 정보 미리보기 기능에 다량의 버그를 심어 사용자의 자동 로그인에 사용되는 ‘토큰’(디지털 키)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페이스북은 뷰애즈 서비스를 중단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보안업체 인수에 뛰어드는 등 후속 조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이번 개인 정보 유출 사태로 글로벌 IT기업을 규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애플 CEO 팀 쿡이 “나라면 이런 사태를 만들지도 않았다”라는 인터뷰를 하면서 전 세계 20억 사용자를 거느린 페이스북의 위상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이 인터뷰로 마음 상한 저커버그가 임직원에게 아이폰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대선 개입 스캔들: 느슨한 정책

2016년 미국의 대선은 역대 가장 지저분한 선거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페이스북이 있었다. 당시 8,700만 명의 미국 내 회원 정보 유출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미국 유권자 수가 2억 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의 유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의 주체는 영국 기반의 데이터 분석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이하 CA)로, 미국 대선 기간 동안 페이스북에서 불법 유출한 회원 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는 데 활용했다. 이 사실은 2년이 지난 올해 3월, 전 CA 직원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CA는 성격 테스트 앱을 만들어 27만 명에게 배포하고서는 앱 사용자들의 친구 목록, ‘좋아요’, 위치 정보 등 개인 정보를 그대로 가져와 유권자 성향을 분석했다. 이는 페이스북 내에서 제3자가 만든 앱에 접속할 때 ‘정보 제공에 동의한다’는 버튼만 누르면 개인 정보가 해당 기업에 제공되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이 데이터 스캔들로 페이스북의 시가총액 40조 원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2017년 연간 광고 매출이 43조원이었으니, 한 해의 광고 매출이 통째로 증발한 셈이다. 사건이 중대한만큼 CA와 계약을 즉시 해지하는 등의 조치에도 정치 개입의 오명을 씻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악성 콘텐츠: 업에 대한 책임감 부족

대선 개입 스캔들에는 러시아의 가짜 뉴스 유포도 한몫했다. 미국 대선기간 동안 러시아가 수백 개의 불법 계정을 만들어 가짜 뉴스를 싣고 3,000건이 넘는 광고를 집행한 것이 드러나면서(트럼프 지지 콘텐츠) 계정과 콘텐츠 관리에 소홀했던 페이스북 책임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 가짜 뉴스 방지를 위해 페이스북이 언론사 등급을 매기는 대안을 내놓았으나, 오히려 논란만 키워 페이스북과 절연하는 언론사까지 생겨났다.

악성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미얀마 폭력 사태에 대한 방관 혐의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초 유엔은 페이스북이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구글 등 경쟁사는 버마어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손쉽게 미얀마를 장악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취약하여 선전과 선동에 면역력이 없었던 미얀마 국민들은, 이내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 증오 콘텐츠에 쉽게 휘둘렸다. 몇 년에 걸친 수많은 경고에도 꼼짝 않던 페이스북은, 이슈가 커지자 콘텐츠 검수 인력을 늘리는 등 시정 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대내외적인 이미지 추락

한때 9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자랑하던 페이스북의 점유율이 올해 70%대로 하락했다. 여전히 50%에 이르는 영업이익률과 꾸준한 광고 수입을 고려했을 때 페이스북의 위기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대내외적인 하락세만큼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대외적으로는 ‘기피 직장’이 되어가고 있고, 대내적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젊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1억이 훌쩍 넘는 연봉에도 페이스북 취업을 꺼린다. 페이스북 근무 경력이 오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는 개인 정보 유출, 가짜 뉴스 등 페이스북의 스캔들에서 기술윤리를 의식한 현상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직원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회사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직원은 올해 52%에 그치며 지난해보다 30%P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상당수 직원에게 스톡옵션으로 보상을 부여하기 때문에 하락세인 주가가 직원들의 사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페이스북

연이은 스캔들에 대내외적인 이미지 추락에도 마크 저커버그는 애써 침착한 듯 보인다. 페이스북처럼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다 보면 이 정도 실패는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수난시대를 타개할 혁신적인 기술이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의 흔들림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