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테슬라를 흔드나

엄청난 적자에도 굳건했던 테슬라가 휘청이고 있다.

전기자동차를 대표하는 테슬라모터스는 창립 이래 연간 기준 흑자를 단 한 번도 내지 못한 기업이다. 심지어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는 5조 원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거액의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건, 괴짜 천재 CEO의 능력과 미래 전기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8년 현재, CEO는 고소 당하고 사업성과 직결되는 대량 생산 능력은 기대에 못 미쳤으며 대외 상황도 좋지 않다. 무엇이 테슬라를 흔들고 있는 걸까?

엘론 머스크 고소 사건

테슬라 주식의 22%를 가진 최대 주주이자 CEO인 엘론 머스크는 그 자체로 테슬라를 대변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는다. (원래는 창업주가 아니라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초기 창업자가 회사를 떠나면서 CEO를 맡게 된 경우다.) 투자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던 엘론 머스크가 삐끗하게 된 고소 사건은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지난 8월 사우디 국부펀드와의 구두계약을 믿고 회사를 비상장회사로 전환하겠다는 트위터를 올린 엘론 머스크. 비상장 시 매겨질 주당 가격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주식 시장이 술렁 했다. 하지만 자금줄 사우디가 테슬라 경쟁사인 루시드 모터스로 투자처를 변경하면서 엘론 머스크는 투자자를 농락한 거짓말쟁이가 됐다. 그리고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를 고소하면서 주가는 13.9%나 하락했다.

합의 진행 중

현재 SEC와 엘론 머스크는 고소 건에 대해 합의하여, 해당 내용을 법원에 제출한 상황이다. 법원에서 유효성을 인정해 주면 최종 합의가 완료된다. 이사회와 투자자들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합의했지만,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엘론 머스크는 합의 이후 트위터에 SEC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합의안은 초안에 비해 엘론 머스크와 테슬라에 훨씬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검토 중인 합의안 이전에 SEC가 제안한 합의서에는 ‘앞으로 공개적으로
이 건에 대해 인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 때문에 엘론 머스크가 합의를 거절하자, SEC가 고소장을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했고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최종 합의안 공개 직후, 불안 요소 해소 효과로 주가가 17.35% 다시 상승했지만, 법원에서 이례적으로 합의안을 승인해야 하는 이유를 추가로 요구하여 유효성 검증은 다소 불안한 상황이다.

생산 지옥

CEO에 이은 테슬라의 또 다른 위험은 생산 체계다. 테슬라는 사실 지난 10년간 모든 모델을 포함한 총 생산량이 34만 대가 전부였다. (현대 자동차의 1년 생산량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판매 실적은 물론이요 자동차 산업의 기본인 양산 최적화에도 매우 취약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를 표방한 로드스타부터 고급 세단 모델인 테슬라S, SUV 모델 테슬라X를 연달아 출시하는 등 잇따른 신차 출시로 입지를 지켜왔을 뿐이다. 그러다 테슬라 최초로 보급형 전기 차인 모델3를 만들어내면서 사업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2017년 시작된 예약은 전 세계적으로 40만대를 넘어섰으나, 2017년 3분기 생산량은 고작 260대에 불과했다. 인도 기간이 최대 2년까지 길어지면서 예약취소가 속출했다. 테슬라는 예약 취소 비율이 12% 남짓이라고 밝혔으나, 미국의 투자 기관 니덤앤컴퍼니와 시장분석업체 세컨드미저는 취소 비율이 20%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의 몰락, 끝나버린 테슬라 신화, 생산 지옥 등 시장은 테슬라를 격하게 걱정했다.

산 넘어 산

아직 우려를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생산 지옥은 벗어날 기미가 보인다. 2018년 3분기에 엘론 머스크가 공표한 목표 생산 대수(주당 5,000대 이상)를 훌쩍 넘어서면서 투자자들도 한숨 돌렸다. 여전한 불신으로 주가는 다소 하락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간신히 고개를 든 테슬라가 맞닥뜨린 또 다른 지옥이 있었으니, 바로 관세 지옥이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테슬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은 수입 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내렸지만, 미국 차에만 25% 추가 관세를 매겼다. 무려 40%다. 작년 말까지 중국 전역에 3,000여 개 충전소를 건설하고 35곳의 매장과 서비스센터를 세우는 등 막대한 투자를 한 이후라 테슬라의 타격은 더 크다. 중국 공장 건설로 이 위기를 타개하겠다고는 하지만, 대외 여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테슬라에 대한 평가

혹자는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하다고 한다. 테슬라 모델3는 올해 3분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럭셔리 자동차에 이름을 올린 데다, 최저 35,000달러로 가격이 책정되어 부실 우려를 키웠던 스탠더드 모델보다 기타 옵션을 추가한 버전에 집중해, 대당 가격이 6~70,000달러까지 뛰어 이윤 폭은 더 커졌기 때문이다. 광고와 딜러가 없는 테슬라 사업 특성상 이윤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의 몰락을 예견했던 헷지펀드 그린라이트 캐피탈의 아인혼 회장이 테슬라에게 경고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아인혼 회장은 테슬라가 고객에게 예약금을 받아 생산에 사용하고, 이후 출고 시 입금되는 잔금으로 미리 쓴 예약금을 보충하는 방식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생산과 출고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금 흐름이 한순간에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인혼 회장은 테슬라 주식을 모두 매각한 상태다.

테슬라에게 기대하는 것

아인혼뿐 아니라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테슬라를 대하는 태도가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브랜드와 CEO에 대한 믿음으로 돈을 아끼지 않던 투자자들이 최근의 사건들로 테슬라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테슬라는 장밋빛 청사진이 아닌 실제 돈더미를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