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사태의 전말

트럼프가 쏘아 올린 트위터

늘 그렇듯, 이번 사태도 트럼프의 트위터 메시지에서 시작됐다. 터키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의 관세율을 2배로 올리면서 터키의 리라화는 폭락했다. 터키와 미국과의 사이가 나빠진 것에 대해 경제상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터키에서 자금을 빼냈기 때문이다. (일명 블랙먼데이라 불린다) 사실 해당 메시지 전, 트럼프는 터키에 구금되어 있는 미국인 목사 석방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할 시 대규모 제재를 가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강한 경고에도 터키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이와 같은 무역제재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 목사는 왜 터키에 갇혔나

터키에 구금된 미국인 목사 앤드루 크레이그 브런슨은 2016년 터키 정부에 체포되었다. 2년 전 독재자 에르도안(14년 장기집권 중이다)에 맞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는데, 쿠데타는 진압되었지만 미국인 목사는 군부 쿠데타와 연관되었다는 간첩 및 테러 조직 지원 혐의로 구금되었다. 이후 몇 차례 미국이 석방을 요구했으나 터키가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인 한 명 때문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 미국인 목사 구금 사건은 해묵은 갈등을 표출하기 위한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 시리아 사태에 대한 해법의 차이, 이란 제재 동참 문제, IS 격퇴 작전 등에 대해서도 미국과 터키는 서로 대립해왔다. 양국의 비자 중 일부 종류를 발급 중지할 정도로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터키의 반격, 과연 통할까?

리라화 폭락을 촉발한 미국의 제재에 맞서 터키도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자동차에는 120%, 주류에는 140%, 잎담배는 60% 관세를 추가 부과했다. 화장품, 쌀, 석탄, 플라스틱 종이 등의 품목에도 관세율을 2배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의 무역제재에 따른 경기 악화를 우려하여 중앙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유동성을 최대한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반격이 미국에 닿기도 전에 터키는 매우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할 지도 모른다. 터키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어마어마한 외화부채, 중앙은행이 잡지 못하는 인플레이션, 쿠데타 및 IS에 의한 관광산업 타격 등으로 터키의 리라화는 바람 앞에 등불 같다.

터키는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나

14년 동안 장기집권 해온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은 작년에도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면서 임기를 연장했다. 에르도안이 만들어 온 터키의 경제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저금리 고집, 부채로 견인하는 성장.

에르도안은 고금리를 맹렬하게 비난하기로 유명하다. 빈부격차를 키운다며 “모든 악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이다”라고 비유할 정도다. 경제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저금리를 고집하면서, 투자자들을 많이 떠나보냈다. 저금리를 고집한 덕분에 돈이 시중에 많이 풀리면서 올 7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전년대비 16% 상승했다. 터키 중앙은행의 목표치가 5% 상승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불안한 지표다.

게다가 터키는 GDP의 55%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외화부채를 자랑한다. 현재 외화부채는 4,600억 달러인데, 추가로 조달해야 할 부채가 연간 2,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터키의 부채 의존도는 높다. 터키가 외화를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부채 상환능력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번 미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상환능력이 재조명되면서 터키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분기에 경제성장률 7% 이상을 달성했음에도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터키, 망할까?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도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이는 중에, 터키도 미국과 장기전을 가져가게 된다면 그 뒷일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리라화 폭락으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프랑과 엔화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이는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고 신흥국에 투자된 돈이 한꺼번에 빠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고, 결과적으로 신흥국들이 경제에 타격을 입어 터키발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 사건이 지닌 잠재적인 파급력에 글쓴이를 포함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