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알아보는 스타트업 성공 비법

사회 전반에 걸쳐 AI, 블록체인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혁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에게는 4차 산업과 연관된 사업 아이템이 투자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유인이 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하지만 기술혁신에 따라가지 않으면 뒤처질 것만 같은 이 분위기 속에서 우리네 먹거리 혁신에 도전한 스타트업이 있다.

레드오션이 블루오션으로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세상에서 먹거리를 혁신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레드오션으로 여겨지는 먹거리 산업에 혁신을 더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칼로리를 확 낮춘 아이스크림, 다이어트용 젤리, 신선한 식음료를 정기배송해주는 서브 스크립션 서비스 등 새로운 먹거리 혁신이 실제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우리네 먹거리 혁신에 도전하여 보기 좋게 성공한 주인공은 참기름의 생산방식을 혁신한 ‘쿠엔즈버킷’과 나물 유통방식을 혁신한 ‘나물투데이’다.

Queensbucket

쿠엔즈버킷은 “참기름은 왜 1,2방울만 넣어야 할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올리브오일처럼 어느 요리에나 부담 없이 넣을 수 있고 외국인들도 좋아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시중의 참기름은 강한 맛과 향 때문에 참기름을 가득 둘러 무언가를 요리한다는 것은 어려웠다.

생산방식의 혁신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는 그 답을 참기름의 생산방식에서 찾았다. 보통 참기름은 참깨를 고온에 볶아 빠르게 짜낸다. 이 경우, 생산자는 빠르게 생산할 수 있어 좋지만, 참기름 특유의 맛과 향이 강해져 요리에 많이 넣게 되면 맛을 망칠 수 있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참깨를 저온에 볶거나 볶지 않고 기름을 짜내는 것이었다. 참깨의 향은 살리면서 많이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맛을 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새로운 식재료에 목마른 유명 셰프들이 앞다투어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을 사용한 파스타 등의 이색 레시피를 SNS에 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홍보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참기름이라는 수익 모델이 분명하다 보니,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연구하는 다른 스타트업을 제치고 스타트업 대회에서 입상을 하거나 투자를 받은 건도 상당하다.

나물투데이, 일명 나투

나물의 유통방식을 혁신한 나물투데이의 서재호 대표는 어릴 적 나물 장사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시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이 나물을 편하게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 50여 가지에 이르는 나물을 전국으로 배송해준다. 원한다면 정기적으로도.

유통방식의 혁신

서재호 대표는 일반 식당에서 나물을 꾸준히 내놓고, 한식당을 부러 찾는 손님들을 보며 나물에 대한 충분한 수요를 파악했다. 쉽게 볼 수 없는 나물들을 수소문해 구하고, 지역 농가와 상생하며 신선한 상품을 준비한다. 나물 별로 데쳐야 하는 시간이 다른 점을 이용해 알맞게 데쳐 배송한다.

지난해에는 매출 1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특히 30-40대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명절에는 하루에 1,000건이 넘는 주문이 들어올 정도다. SNS와 블로그 채널도 꾸준히 관리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두 스타트업의 성공 비법

위에서 소개한 쿠엔즈버킷이나 나물투데이는 백화점 팝업스토어나 상설 마켓에 입점해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리고 그 성공 요인은 니즈(needs)를 원츠(wants)로 바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데에 있다.

니즈(needs)와 원츠(wants)

참기름이나 나물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한식 위주의 식탁에 필수적인 재료다. 대부분의 가정은 참기름을 갖추고 있고, 나물 또한 익숙하고 흔한 반찬이다. 필요로 하다고 생각되는 기본적인 결핍 상태, 이것이 바로 마케팅에서 말하는 니즈(needs)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본적인 결핍을 해소하는 니즈(needs)가 아닌 이 결핍 상태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인 원츠(wants)다. 구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예를 들자면, 목마른 사람 앞에 시원한 사이다가 있다면 당연히 사이다를 마시고 싶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니즈(needs)는 구체적으로 사이다를 마시고 싶다는 원츠(wants)로 바뀌게 된다.

신제품과 마케팅

기업에서도 신제품 마케팅에 이를 적극 이용한다. 사실 기업에서 고객의 니즈와 원츠를 성공적으로 파악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마케팅팀과 협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신제품을 먼저 개발하고 그 후 마케팅팀이 이어받아 홍보 포인트를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이 부분이 굉장히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개발 과정에서 끊임없이 시장조사를 하며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 업무만을 위한 별도 팀이 운영되고 있는데, 소비자에게 필요한 혁신을 꾸준히 해나가는 원동력이 여기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비록 개발 단계에서 마케터가 참여할 수 없더라도, 완제품을 성공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는 니즈와 원츠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FGD(Focus Group Discussion)나 FGI(Focus Group Interview)와 같은 대담 형식의 대면조사를 시행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