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찜’ 한 사업

작년 6월, 아마존이 14조 원을 꺼내 들었다. 미국의 오프라인 유기농 마켓 체인 홀푸드마켓(이하 홀푸드)을 인수하기 위해서다. 공격적인 M&A(인수합병)로 사업의 영역을 넓혀가는 아마존으로서도 엄청난 금액을 들였다 홀푸드마켓 이전 몇 개 기업의 인수 비용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마존에게는 투자 가치가 있었던 모양이다. 인수하자마자 한달 사이에 주가가 어마어마하게 올라서 인수 비용을 만회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니 말이다.

아마존의 식음료 사업 사랑

아마존은 온라인, 월마트는 오프라인. 오랜 시간 미국의 정석 같은 포지션이었지만 아마존은 끊임없이 오프라인 마켓을 노려왔다. 정확히는 식음료 시장이었다. 미래 성장 동력 중에서도 식음료 사업을 우선순위에 둘 정도로 아마존은 식음료 시장에 대한 사랑을 공공연하게 보여 왔다.

그렇다면 왜 아마존은 그렇게 식음료 시장을, 그것도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집하는 걸까? 미국의 전체 소매시장 규모는 약 80조 원이다. 그중 약 20%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데, 식음료 분야에서는 온라인 거래가 2% 정도밖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식음료는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품목으로, 월마트의 경우에도 잘 나타나 있다. 1998년 기준 월마트의 식음료 진열 비중은 14%였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약 56%까지 올랐고 현재 매출 50조 원 중 약 50% 정도가 식음료 관련 품목에서 나온다. 아이 기저귀는 온라인으로 주문해도 아이가 먹을 우유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직접 보고 구매한다는 이야기다.

아마존의 자체 식음료 브랜드?

홀푸드를 인수한 것도 이처럼 매력적이지만 까다로운 식음료 시장 개척을 위한 것이었지만, 그토록 넓은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아마존이 왜 자체 사업을 하지 않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미국의 90%가 넘는 지역에서 아마존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실 약 10년 전, 아마존이 Amazon Fresh라는 브랜드를 론칭했었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일 년에 일정 금액을 내면 무료로 빠르게 배송해주는 서비스)처럼 한 달에 15,000원 정도를 내면 식음료를 당일 또는 다음날 아침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였다. 이런 서비스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대량 생산으로 인한 생산비용 절감) 빠르게 구축되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저조한 회원 증가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식음료 시장에 대한 경험 부족도 있었겠지만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얻은 장점과 앞으로의 장애물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얻은 장점을 정리하자면, 첫째, 홀푸드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갖춰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둘째, 홀푸드가 가진 식음료 관리나 시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셋째, 현재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Go* 플랫폼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에 홀푸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Go: 세계 최초의 무인 매장으로, 아마존 고객이 마트에 들어가서 물건을 집고 나오면 캐셔 개산 없이 출구를 나서는 순간 고객이 집은 물건을 인식하여, 그 금액만큼 등록된 결제수단으로 자동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향후 아마존은 식음료를 포함해 은행, 가구, 의류 등 미래 성장 동력 사업을 정해놓고 차근차근 진출할 계획이지만 순탄하게 가기는 그른 듯 하다. 트럼프가 아마존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이후 아마존의 성장동력은 M&A를 통한 외형확장이었고, M&A는 플랫폼기업이라면 숙명 같은 경영 전략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아마존의 독점을 막겠다고 M&A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가 아마존을 막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파죽지세로 독점 규모를 키워가는 아마존을 견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