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자동차에 집착할까?

트럼프가 자동차에 집착하는 이유

지난 4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깃은 자동차다. 안팎으로 엄청난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트럼프가 자동차 관세 카드를 놓지 못하고 있는 건, 일자리 창출에 가장 좋은 ‘제조업’이라는 사실과, 연간 내수 자동차 시장 규모 때문이다.

2016년 기준 미국은 연간 1,217만 대의 자동차를 자국에서 생산했으나 내수로 소비된 규모는 1,700만 대에 달한다. (수출은 265만 대 정도였다.) 이렇게 연간 자동차 물량의 약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니, 일자리 창출 겸 무역 적자도 줄일 겸 이제 미국에서 팔 물량은 미국에서 만들자는 이야기다.

트럼프가 손에 쥔 무기

트럼프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아무 무기 없이 무대에 오르지는 않는다. 트럼프가 지금 쥐고 있는 무기는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으로, 1962년 처음 제정된 법이다. 1962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과 소련 사이의 긴장감이 최고로 치닫던 때였다. 미·소간 군비경쟁에서 공산권의 확장을 막고 미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 미 의회는 무역확장법을 제정하면서 대통령에게 관세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제232조에 명시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수입품은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매기게 할 수 있는 조항이다.

하지만 냉전체제가 끝나고 미국이 자유무역을 지지하면서 사실상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제정 이후 단 2번 실제 무역 제재를 가한 경우가 있었는데, 1979년 이란산 원유와 1982년 리바이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일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이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우방국들에게 무차별 관세 공격을 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주요국의 대응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물량이 일부 국가에 집중되어 있는데, 대부분 미국의 우방국이다. 자동차 주요 거래 국가는 멕시코, 캐나다, 일본, 한국, 그리고 EU다. 독일을 중심으로 약 50만 대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 중인 유럽은 미국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10% 관세 부과하던 것을 없애 줄 테니 25% 관세도 없던 것으로 해달라고 협상 중이다. 하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딱히 협상할 카드가 없어 앞이 막막한 상황이다.

예외 규정에 매달리기

미국이 수입하는 자동차 물량의 80% 정도가 유럽을 제외하고는 4개국에 집중되어 있다. 멕시코, 캐나다, 일본, 한국이다. 그 중 멕시코와 캐나다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로 미국으로 이동하는 물품에 관세를 면제받아 미국 기업들도 많은 공장을 세워둔 곳이다. 미국 기업들이 지리적 접근성과 NAFTA를 믿고 생산 공장을 세워둔 곳이니 이를 감안하여 예외 규정을 적용해 달라고 읍소 중이다.

*NAFTA: 1992년 캐나다, 미국, 멕시코 사이에 체결된 북미 자유 무역 협정이다. 세계적으로도 큰 무역 블록이며, 인구 4억 7천만 명에 이르는 단일 시장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의 자동차 시장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으니, 동맹국인 점을 함께 감안하여 상황을 봐달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한 국가를 예외 규정에 적용해주면 다른 우방국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어 예외로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상황

한국도 열심히 방법을 찾고는 있지만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 FTA때 얘기 끝난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무역확장법 제232조는 미국의 안보와 관련하여 위협이 되는 건에 추가로 관세를 매기는 법으로, 일반적인 관세 협정과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이 이 이슈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이유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금액으로는 완성차와 부품을 모두 합쳐 지난해 200억 달러를 넘어선데다 2017년 대미 무역 흑자의 70%가 넘는 금액이 자동차 수출에서 나왔다. 이번 25% 관세 부과가 적용된다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사실상 현실적인 대안은 철강의 경우와 같이 쿼터제를 두는 것이지만 한국이 얼마나 할당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지금보다 수출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25% 관세 부과로 미국 시장 내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고 물건을 팔지 못하는 것보다는 가격경쟁력은 지키되, 물량만 조절하는 쿼터제가 나을 수도 있다. 물론, 이것도 트럼프가 고집을 꺾고 마음을 돌려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