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기차로 유럽 갈 수 있을까?

날개 단 철도주

타임머신을 타고 싶었던 때가 두 번 있었습니다. 한일제약이 신약개발 성공으로 주가를 엄청나게 올렸을 때, 그리고 비트코인이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을 때. 그리고 지금 세 번째 때가 왔습니다. 한반도 봄바람을 타고 철도주가 2배, 3배씩 뛰다 못해 훨훨 날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북한, 중국을 지나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고 유럽까지 갈 수 있다는 꿈에 주가도 덩달아 부풀었습니다.

서울-중국-유럽?

연결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 받는 철도는 4개 선입니다. 그 중 경의선과 동해선, 이 두 개 노선이 주요 철도 노선입니다.

이미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경의선은 2003년에 완공되어 2007년에는 시범운행을 했으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10년째 운행이 중지되어 있습니다. 운행이 재개된다면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하여 유럽까지의 철길이 열립니다.

철도주가 뛴 이유는 철도를 연결하고 보수하는 데 어마어마한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경의선의 경우에도 이미 연결되어 있는 철도 보수에 2,000억 원이, 현대화 작업에는 1조 3,000억 원의 비용이 예상됩니다. 너무 큰 돈이 아닐까 싶지만, 동해선에 비하면 비교적 규모가 작습니다.

서울-러시아-유럽?

판문점 선언에서 언급된 동해선은 러시아를 통해 유럽으로 갈 수 있는 노선입니다. 아직 제진-강릉 구간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데, 이 110km를 연결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2조 3,000억 원, 동해선 현대화 작업에는 약 2조 6,000억 원이 들 예정입니다.

이렇게 두 개 노선만 해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예상되니,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철도주가 기대를 한 몸에 받을 만 합니다. 그런데, 철도 연결이나 보수는 납득할 만 한데, 현대화 작업은 왜 필요한 거지?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말이 현대화 작업이지, 북한의 철도와 기차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보수의 연장선입니다.

달리기보다 느린 기차

마라토너보다 느린 기차, 상상이 가시나요? 북한의 기차가 그렇습니다. 기차의 시속은 10~20km입니다. 오랫동안 북한의 철도를 연구해 온 안병민 연구원(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북한 철도는 불비, 불편 민망 상태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물류에 있어 80%가 훌쩍 넘는 비율로 기차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은 현재 철도의 80%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기대되는 미래 모습

2014년 당시, 금융위에서는 북한 철도의 현대화 작업에 무려 84조 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의 세금이 걱정될 수도 있지만, 북한과 철도 교통망이 연결될 때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예상 이익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중국의 동북 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과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 러시아에 몽골까지 아우르는 북방 권역은 인구 1억 2천만 명의 거대한 소비시장입니다. 이 지역은 GDP가 꾸준히 상승하여 신흥 경제권역(*권역: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으로도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해운과 철도, 도로 등 물류망을 구축하고 파이프 라인을 연결하면 에너지 단가는 낮아지고 교역량 또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경제적 파급 효과에 기대를 거는 일은 그 이후의 일이 되겠지만, 모처럼 부드러워진 남북관계와 꿈에 부푼 주가상승은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지인이 추천했던 철도주를 진작 샀더라면 더 기분 좋은 일이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