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Ethipia)에 주목!

새로운 생산자 등장

전세계 섬유 제품 생산량은 특정 나라들에 몰려있다. 인건비가 저렴하거나, 원래부터 섬유산업 규모가 매우 컸거나. 1-4위를 차례대로 나열하면 베트남,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순서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섬유 제품 생산국이 등장했다. 바로 에티오피아(Ethiopia)다.

중국의 역할변화

지금 중국은 섬유 제품 대표 생산국으로서 두 가지 위협을 가지고 있다. 한 자녀 정책으로 예전만큼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인구가 많이 줄었다. 또,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임금 수준 또한 매우 높아진 상태다. 해안가의 몇몇 공단은 노동자 부족 현상을 겪기도 한다고 하니, 값싼 노동력이 넘쳐난다는 중국은 이제 옛말인가 보다.

그래서 중국이 새로운 포지셔닝을 시도한다. 생산자에서 관리자, 즉 섬유 제품을 생산하기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생산설비를 이전함으로써 중국은 수출 허브로의 역할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에티오피아(Ethiopia)를 선택했다.

원래도 중국은 아프리카에 운동장을 지어주는 GYM외교로도 유명했지만, 중국은 에티오피아에 2010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0조 원을 쏟아 부었다. 10조 원은 2017년 대한민국의 전체 커피산업 규모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그 많은 나라 중에서도 에티오피아를 선택했을까?

중국이 에티오피아(Ethiopia)에 기대하는 것

첫째, 섬유 산업에서 중요한 요소인 값싼 노동력이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그 정도가 매우 낮다. 기본급이 한 달에 23달러, 식비 7달러, 여기에 개근을 하면 7달러의 보너스를 준다. 총 47달러의 돈이 기본 임금인 셈이다. 물론 근로자의 숙련도는 낮지만, 관리자를 파견하여 현지에서 인력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완성품의 품질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둘째, 어마어마한 면세 혜택이다. 일단 미국과 EU에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기업 설립용 장비라면 수입 면세 혜택을 받고, 수출용 원자재도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다. 또, 수출 실적에 따라 기업의 소득세까지 면제해주니 기업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정책이다.

셋째, 활짝 열린 투자 환경이다. 에티오피아는 동남아프리카 국가들과 경제적 협약을 맺고 있어, 주변국에 진출하기가 매우 유리하다. 또, 외국기업이라도 공기업 민영화 작업에 참여가 가능하며, 신규 투자액의 70%까지 융자를 해준다. 이렇게나 파격적인 조건들, 이 정도면 에티오피아가 너무 마음이 급한 게 아닐까 우려도 되지만, 그 배경에는 안타까운 역사가 있다.

에티오피아의 아픔

1974년 9월, DERG 군부조직의 쿠데타가 일어난다. 리더는 맹기스투. 이 쿠데타의 성공으로, 에티오피아는 입헌군주제에서 인민민주주의공화국으로 바뀌게 된다. 그로부터 약 3년간은 일명 피의 숙청이 일어나는 시기였다. 당시 에티오피아는 소련, 동유럽, 쿠바 등의 무장 지원을 받아 아프리카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맹기스투는 이 강력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무참히 제거했고, 자신의 세력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 1980년, 무려 7만 명이 굶어 죽는 대기근이 발생한다. 맹기스투와 그 세력들은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신경 썼을 뿐, 국민의 안위는 돌보지 않았는데 그러다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그 반란을 막기 위해 더 잔인한 일도 서슴지 않았다. 강제징집은 물론이요, 소년병을 차출하고 강간 및 성폭행을 방치했으며 많이 알수록 반항한다 하여 교육자를 한 곳에 몰아넣고 학살하는 일까지 벌였다. 전세계적으로 금기시되는 외국의 NGO 구호물자까지 약탈하다가 결국 반란군에 밀려나 1991년 독재정권이던 짐바브웨로 망명을 가게 된다. 당시 독재자였던 무가베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2011년 북한행을 끝으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에티오피아 재기의 희망

이렇게 에티오피아는 내전과 독재와 기근에 시달리다가 재기를 꿈꾸며 국가 주도의 산업부흥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현재의 산업구조는 크게 농축업, 서비스업, 제조업으로 나눌 수 있는데, 농축업의 경우 흔히 알고 있는 커피, 화훼, 가죽으로 유명하다. 앞으로 에티오피아는 제조업에 투자를 많이 할 생각이다. 그리고 그 중 가시적인 성과는 중국의 도움을 받아 건설하는 섬유 산업단지다. 아직은 국내총생산 797억 달러로, 한국의 5%, 중국의 0.7% 정도의 수준이지만, 큰 아픔을 겪은 만큼 아픔을 딛고 멋지게 성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