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가게인 줄 알았는데..... 세계 1위

첫 바가지의 기억

교환학생으로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열 냈던 일은, 유심칩을 갈아 끼우는 일이었다. 무더운 날씨와 특유의 향, 정신없는 도로까지. 낯선 환경에 앞으로의 걱정과 후회가 밀려들면서 한국에 연락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산 지 얼마 안 된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굉장히 수다스러운 남자 한 명에게 유심칩을 사서 끼웠는데, 그게 바로 해외에서 첫 바가지 경험이었다. 다행히 금액이 크지 않았던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 된다. 국가번호 앞에 +를 붙여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당시, 나의 첫 해외 유심칩은 보다폰(Vodafone) 회사의 것이었다. (나중에는 에어텔(Airtel)이라는 통신사의 유심칩을 이용했다. 주관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에어텔이 보다폰보다는 데이터 속도가 빠르다는 인식이 있었다.)

알고 보니 세계 1위 기업

통신료가 정액제가 있었기는 하지만 충전식이 매우 흔했기 때문에, 길에서 흔하게 에어텔과 보다폰 간판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뭐랄까, 굉장히 동네 슈퍼마켓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에어텔은 자산이 20조원에 달하는 인도의 글로벌 통신기업이며, 보다폰은 런던주식시장에 상장된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사다. (가입자 수로는 세계 2위/ 1위는 차이나모바일)

보다폰이 세계 곳곳으로 사업을 넓히고 사랑 받는 이유로는 전략적 제휴가 손꼽힌다. 기업들이 자신의 강점을 보완하고, 약점은 상쇄할 수 있는 동반자를 찾는 일에 굉장히 열려 있었다. 참고로 기업의 동반자는 기업도 될 수 있고 개인도 될 수 있다. 또, 특정한 계약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무형의 이익을 위한 윈-윈 파트너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보다폰의 전략적 제휴

전 세계 27개국의 2억 8,900만 고객을 가지고 있는 보다폰은 지금도 자사의 혁신을 위해 다른 많은 기업들과 적극적인 동반자 체제를 구축해가고 있다. Dell 사와도 함께 새로운 랩탑(laptop)을 디자인하는 협업을 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사례로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Betavine 이라는 웹 포탈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폰 소유의 이 웹 포털에서는 아마추어나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보다폰뿐만 아니라 다른 네트워크(예:에어텔)로도 자신의 최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시험해볼 수 있었다. 물론 이 개발자들은 지적 재산권을 소유하고 있지만, 보다폰은 모바일 앱의 최신 추세와 IT의 기술의 흐름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으며, 이러한 혁신적인 개발들이 자사의 네트워크와 함께한다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효과까지 얻었다.

마케팅 제휴

기업에게 제휴는 돌파구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신선한 전략이 되기도 한다. 상당수 제휴는 마케팅 제휴의 형태를 취하는데,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제품/서비스 제휴, 촉진 제휴(프로모션), 로지스틱스 제휴, 가격 제휴가 있다. 보다폰의 Betavine 프로젝트의 경우 큰 제휴의 범위 안에는 들어가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마케팅 제휴의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유지하는 관리에 가깝다. 하지만 이제는 제휴의 범위가 모호해졌다. 우리가 알던 마케팅 제휴가 아니더라도 보다폰처럼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잔머리 굴리기

마케터가 되고 종종 쉽게 빠졌던 함정은 이것은 마케팅이다, 아니다를 내 지식으로 분류했던 것이다. 어떤 것도 마케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상상하고 시뮬레이션 해보아야 한다. (공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Daydreamer는 힘들 수 있다.) 생각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연습이 가장 힘들다. 마케팅을 배우는 학생들이 케이스스터디를 하는데, 많은 사례를 보는 것도 정말 좋은 자극이 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실무를 하면서 많은 도움과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