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벌어진 삼각관계의 결말

30년째 이머징 마켓

인도 첸나이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 한인 모임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던 말이 있었습니다. “여기는 어째 30년째 이머징마켓이야.” 13억의 엄청난 인구와 개발을 기다리는 드넓은 땅으로 세계 시장의 유망주로 떠올랐던 인도. 하지만 기대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지는 못해 그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합니다.

약 1년 반의 시간 동안 인도에서 머물면서 든 생각은, “부패를 손대지 않는 이상, 이머징 마켓에서 벗어나기는 힘들겠다” 이었습니다. Under desk money 라고 해서 공직자에게 흔히 말하는 뒷돈을 주어야 일이 빨리 되는 것은 기본이요, 선거에서 각 후보의 지지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그나마 뒷돈을 덜 받았다고 사람들에게 홍보하곤 했습니다. 이후 인도의 모디 총리가 부패 척결을 위한 방도를 내놓았다고 하는데,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진짜 떠오르는 전자상거래 시장

그래도 매년 약 7%씩 꾸준히 성장하는 경제와, 절대적인 인구수에서 나오는 시장규모는 외국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엄청난 메리트임에는 분명합니다. 미국의 두 공룡기업, 아마존과 월마트가 인도에서 붙은 것만 봐도 말이죠. 이 두 공룡이 붙은 분야는 온라인 전자상거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G마켓, 11번가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13년-2016년 인도의 전자상거래업 성장률은 약 68%. 당시 전세 계 전자상거래업 성장률의 평균이 16%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률입니다. 앞으로도 최소 5년간 이 분야의 매출 성장률이 26%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기세로 본다면 2026년 인도의 전자상거래 예상 규모는 무려 214조 원이 될 것으로 추측됩니다.

미국 두 공룡의 대결, 승자는?

이 매력적인 인도 시장을 먼저 알아봤던 것은 아마존이었습니다. 이미 먼저 진출해서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뒤늦게 인도 시장에 뛰어든 월마트는 기세 좋게 바로 1위를 차지합니다. 바로 인도의 전자상거래 1위 기업 플립카트(Flipcart)를 인수한 것입니다. 이때 월마트가 내놓은 돈은 17조 2,000억 원으로, 월마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플립카트가 판매한 지분은 77%로, 이 정도를 사들이는 데 17조가 넘는 돈이 투입된 것이었습니다. 월마트는 인도 시장에서 아마존을 확실히 누르고 싶었나 봅니다. 월마트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IT 및 투자)가 가지고 있던 플립카트의 지분 20%를 추가로 사들입니다. 20조가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보이는 이 대규모 인수 작업으로 월마트는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 설립을 거절당했던 인도에 당당하게 입성하게 됩니다.

파격적인 시스템과 함께 등장한 플립카트(Flipcart)

현재 1억 명의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는 인도 기업 플립카트는 두 명의 인도 청년이 2007년에 설립한 스타트업(start-up) 입니다. 당시 인도는 인터넷 사용률 5% 미만에 신용카드 보급률이 2% 미만으로, 전자상거래업이 성장하기에는 불모지 같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플립카트는 착불 결제라는 파격적인 시스템으로 금세 현지 시장을 휘어잡게 됩니다. 현금 지급률이 높은 현지 특성을 고려해, 물건을 받으면 값을 지불하도록 한 것입니다. 현재도 인도 전체 전자상거래업에서 현금 지급률이 46%로 가장 높습니다.

우려하는 시선

지금은 인도에도 점차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율이 높아져 스마트폰 이용자가 약 2억 2,000만 명에 달하고(전체의 20% 수준), 인터넷 이용자 수는 3억 7,500만 명으로 전체의 약 30%에 달합니다. 이렇게 꾸준히 성장하는 인도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플립카트는 35.7%, 아마존이 27.7%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35.7%의 점유율도 월마트 것이 되겠지만, 이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습니다. 전자상거래업 특성상, 1위 기업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플립카트가 아마존으로 갔다면 (아마존도 인수 경쟁에 뛰어들기는 했음) 앞으로 서로 싸우는 데 드는 출혈을 줄일 수 있었을 테지만, 플립카트가 월마트에게로 간 이상 월마트를 등에 업고 제대로 전쟁을 치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