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일까 현실일까, 오묘한 메타버스 세계

아바타에게 구찌를 입히고 비싼 부동산을 사주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내놓는다. 그렇게 꾸며진 아바타는 좋아하는 가수의 팬사인회와 콘서트에 참석하기도 하며, 소유한 부동산을 차익을 남기고 거래하기도 한다. ‘나’와 동일시되는 아바타가 사는 세계, 메타버스 속 일상이다.

메타버스란?

1992년, SF 소설 작가 닐 스티븐슨이 <스노크래시(Snow Crash)>라는 소설을 출간한다. 아바타를 이용해 가상 현실에 접속한다는 세계관을 풀어냈는데, 이때 ‘메타버스’와 ‘아바타’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 meta와 우주를 뜻하는 영어 universe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끝없는 우주처럼 펼쳐진 가상 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가 적용된 첫 서비스는 ‘세컨드라이프’로, 2003년 미국 린든랩이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PC웹 기반 가상현실 사이트다. 아바타가 부동산을 구매하고, 고급포도주를 마시며, 현실과 다른 배우자와 살아가기도 한다. 사이트 내에서 ‘린든달러’라는 가상화폐가 통용됐는데, 실제로 여러 교환소와 공식 사이트에서 1$=270린든달러로 교환되기도 했다. 한때 GDP가 아프리카 한 국가와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으나, 스마트폰 보급과 높은 자유도로 고객 이탈율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메타버스의 특징

메타버스는 단어의 출처를 고려하면, 현실과 동일한 사회·문화적 활동이 가능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다양한 가상세계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그 의미도 많이 확장됐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메타버스가 기존 사이버 공간과 차별화되는 특징은 공간과 활동의 확장성이다.

현재 서비스되는 메타버스는 현실을 그대로 모방한 미러월드(예: 구글어스)와 가상세계(예: 로블록스), 현실을 기반으로 확장한 AR(예: 포켓몬고)과 라이프로깅(예: 인스타그램) 이 4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현실 공간을 그대로 모방해서 현실을 재현하는 데 제약이 없거나, 가상현실을 구현해 공간에 제약이 없어야 하며, 유저가 생산자로 참여하는 등 경제활동을 포함한 사회·문화적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

메타버스의 발전이 기대되는 이유는 첫째, 관련 기술의 발달로 현실 산업 적용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능 휴대기기와 통신망의 구축으로 언제 어디서나 메타버스 서비스에 접속이 가능해지고, IP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성장했으며, 디지털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관련 기술(VR, AR, MR 등)이 발달했다. 이에 2020년 1900억 달러였던 메타버스 산업 규모는 2025년 2800억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둘째, 가상화폐의 등장이다. 기업들이 특정 가상현실 또는 네트워크를 구축해두고 그 안에서 거래되도록 만든 화폐다. 이 가상화폐는 실물 화폐와 일정 비율로 교환되기도 하고, 가상세계 내에서만 생산과 소비활동을 통해 거래되기도 한다. 제페토의 경우 유저가 옷을 디자인해 타 유저와 거래할 때, zem이라는 가상화폐를 사용하고, 부동산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어스는 실제 현금으로 가상세계 속 부동산에 투자해 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 코인과 같이 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 가상화폐가 떠오르면서 이 가상화폐가 거래되는 메타버스도 주목받고 있다.

게임과 메타버스

메타버스라는 생소했던 개념이 빠르게 대중화되는 데에는 디지털 게임이 큰 역할을 했다. <세컨드라이프>는 현실을 그대로 모방한 만큼 자유도가 높아서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뭘 해야 할지 몰라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게임이 가진 세계관은 유저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가이드해 주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했다. 이에 게임 기반의 메타버스는 유료 아이템 판매를 주 수입원으로 삼다가, 이용자가 많아짐에 따라 광고나 이커머스 등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서비스로 수익구조를 확장했다.

메타버스 마케팅 사례

에피게임즈의 <포트나이트>는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지만, 플레이어들이 함께 콘서트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대표적인 게 바로 래퍼 트래비스 스캇의 공연이었다. 동시 접속 1200만 명에 공연 수익 2000만 달러, 이후 음원 이용률까지 25% 상승하면서 성공적인 메타버스 마케팅으로 기록됐다.

닌텐도 스위치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에서 마크제이콥스와 발렌티노의 신상품을 게임 아이템으로 내놓기도 했으며,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게임 내 팻말을 꽂아 2030을 타깃으로 선거 운동을 했다. 출시 2년 만에 글로벌 가입자 2억 명을 확보한 제페토는 블랙핑크의 가상 사인회를 열어 4600만 명이 넘는 이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구찌는 제페토에 콜라보 아이템을 출시해 바이럴 효과까지 톡톡히 봤다.

앞으로의 메타버스

현재는 1020세대가 주 고객층인 게임과 엔터사업을 중심으로 메타버스가 대중화되고 있으나, 이후 쇼핑, 의료, 교육 등 산업 전반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전망이다.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의류 잡화 등을 증강현실로 피팅 하거나, 실제 ‘나’와 똑같은 외형의 아바타가 옷을 입어볼 수도 있다. 경제교육을 위해 특정 자원을 배분 받아 직접 운영해 보는 등 시공간을 초월한 교육 서비스가 제공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가 메타버스의 태동기였다면, 2027년까지 확산기를 거쳐 이후 데이터, AI와 결합한 메타버스가 등장하는 정착기가 도래할 전망이다.

참고: [Mezzo Report] 2021 메타버스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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