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이 피로 얼룩진 카슈미르 잔혹사

얼마 전, 인도군과 중국군이 맨몸으로 맞붙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서로 외교관을 추방하며 날선 대립 중이다. 언뜻 보기에 ‘인도’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 말고는 이 두 대립의 공통점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 싸움은 사실 히말라야 고지대에 위치한 카슈미르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인도와 중국, 파키스탄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카슈미르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던 카슈미르는 이 세 국가의 압력과 갈등에 의해 ‘피의 땅’, ‘서남아시아의 화약고’ 등으로 불리게 되었다.

인도 vs. 파키스탄

인도와 파키스탄 두 국가의 갈등은 영국이 인도를 식민통치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지 이전의 인도는 다수의 힌두교(80%)와 소수의 이슬람 통치세력(20%)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영국이 식민통치를 시작하자 당시 통치세력이었던 이슬람 세력은 약화되었는데, 이에 반해 일찌감치 서구 교육을 받아들인 힌두교 세력은 새 정권에 편승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이슬람 세력은 이슬람 연맹을 결성해 세력을 유지하고자 했고, 양 집단의 갈등은 점차 격화됐다.

1947년 영국이 인도 통치를 포기하자 이슬람 연맹은 파키스탄으로, 힌두 세력은 인도로 분리 독립한다. 이때 불거진 문제가 카슈미르 통치권이었다. 이슬람교였던 카슈미르 주민 대다수는 파키스탄에 편입되길 원했으나, 당시 통치자였던 힌두교인 하리 싱은 인도에 편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카슈미르의 이슬람교도가 폭동을 일으켰고 하리 싱은 인도에, 폭동을 일으킨 이슬람교도는 파키스탄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제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했다.

쪼개진 카슈미르

이후에도 두 차례나 더 전쟁을 치른 두 국가는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보유국을 선언했다. 그 결과 카슈미르는 현재 파키스탄령인 북부의 아자드 카슈미르와 인도령인 남부의 잠무 카슈미르로 나뉘어있다. 여기에 1962년 카슈미르 동쪽을 불쑥 침공해 점령한 국가가 있으니,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버티는 이유

그러나 중국은 침공했던 지역을 파키스탄에 넘겨주고, 제2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파키스탄에 군사를 지원할 정도로 파키스탄의 우방국이다. 그렇다면 왜 인도와는 카슈미르 국경지대에서 대치하고 있는 걸까? 인도와 중국이 1947년과 1949년 연달아 독립할 때 양국의 히말라야 국경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이 1950년대 들어 카슈미르 악사이친 지역에 도로를 건설했는데, 중국이 버티는 것도 다 이 도로 때문이다.

티베트 자치지구에서 신장 위구르까지 연결하는 이 도로는 중국에 매우 중요한 거점이다. 이 지역을 빼앗기면 신장 위구르까지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장 위구르는 중국 영토의 6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면적을 자랑하며, 옛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으로 몽골, 러시아, 파키스탄, 인도 등 8개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방치해둘 수 없는 요충지인 셈이다.

타협 가능성은?

인도와 파키스탄은 서로가 화해의 제스처를 보일라치면 주변의 무장 테러단체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사이가 나빠야 뒤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도가 카슈미르 전체가 인도령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파키스탄과는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도 매년 2월 5일 카슈미르 데이를 지정해 인도령 카슈미르의 반정부 세력을 지지하는 행사를 연다.

인도와 중국은 카슈미르 국경지대에서 충돌이 잦아 해당 지역 배치 인원을 비무장으로 둔다. 그러나 갈등 지역은 악사이친뿐만이 아니다. 인도 북동부에 위치한 아루나찰 프라데시주를 놓고는 더 첨예하게 대립한다. 해당 지역은 1750년대부터 중국 청나라의 영토였지만 1912년 청이 멸망하자 추후 영국이 티베트와 맺은 심라 조약(1914년)에 의해 인도에 편입됐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피의 땅이 된 카슈미르

인도와 파키스탄을 화해시키면 바로 노벨 평화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 국가 간 갈등의 골이 깊다. 또, 심라 조약은 불평등조약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중국과, 본인들에게 유리한 조약을 지키려는 인도 간 대립도 쉬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이미 여러 차례 주변국의 전쟁터가 되어 피의 땅이 된 카슈미르의 잔혹사는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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