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파악하는 반도체 업계

반도체 이슈

일본의 수출 규제가 연일 이슈다. 한국은 일명 ‘포괄적 수출 허가국’으로서 무심사 혜택을 받고 있었으나, 이제는 일본 기업이 한국에 특정 품목을 수출하려면 몇 개의 *서류심사를 모두 거쳐야만 한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에칭가스, 그리고 포토 레지스트가 이번 규제 품목에 포함됐다.

*이란, 북한과 같은 수준의 심사

이 규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해당 품목들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는 더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문제는 반도체 쪽이다. 특히 작년 한 해에 수입한 포토 레지스트 중 93.2%가 일본산으로, 같은 품질을 가진 대체품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토 레지스트

포토 레지스트는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 표면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필수 소재로, 완벽한 수준의 품질 관리를 요하는 까다로운 소재다. 실제로 TSMC라는 대만 반도체 업체가 공정 중 레지스트가 오염되면서 6500억 원(매출의 7%) 가량을 날리는 일도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건, 이 6500억 원이 레지스트 교체 비용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도체는 공급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반도체 공장은 1초도 쉬지 않는 24시간 가동을 전제로 지어지는데, 잠시라도 멈추면 소재 재투입과 재가동에 따른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작년 3월, 삼성전자 평택 공장에서 30여 분 간 정전으로 생산이 중단됐을 때 추정된 손실 규모는 무려 50억 원이었다.

당면한 문제

다행히 여느 제조업이 그렇듯 반도체에도 재고가 있다.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생산 후 판매하는 구조라면, 비메모리반도체는 그 반대인 주문 후 생산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 기업과 정부의 비메모리 점유율 확대 계획이 소재 조달 문제로 빨간불이 켜졌다.

변화의 움직임

지금까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동력은 메모리 반도체였다. 실제 한국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로, *DRAM과 NAND를 중심으로 큰 폭의 호조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생산 후 판매하는 방식이다 보니 수요-공급 불일치 시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 등 시장 상황 변동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DRAM: $1040억(YoY+42%)/ NAND: $623억(YoY +16%)_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판매하는 DRAM은 전 세계 판매량의 70% 차지

이에 반해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1.5배가량 큰 시장을 형성하면서, 특정 산업의 호황이나 불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실현을 위한 핵심 부품으로서도 각광받자, 정부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세계 1위, 팹리스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구분

여기서 언급된 파운드리와 팹리스는 무엇일까? 반도체 기업에는 세 종류가 있다. 설계 전문 기업인 팹리스(Fabless)와 생산 전문 기업인 파운드리(Foundry), 그리고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다. 메모리는 대부분 설계부터 제조까지 종합 반도체 기업(예: 삼성전자)이 수행하지만, 비메모리 시장은 설계와 생산이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있다.

비메모리 설계의 경우, 고가의 설계 검증 툴, 반도체 설계자산(IP) 확보 등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대단히 높다. 팹리스 시장에서는 한국의 점유율이 1.6% 정도로, 상위 50위 팹리스 기업 중 한국 기업은 단 1곳밖에 없다. 그나마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19%로 대만 파운드리 TSMC(48%)를 2위로 추격 중이다.

앞으로의 전망

수출 규제에 대응하여 소재의 국산화를 시도하는 등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지나치게 높았던 의존도를 내릴 기회 혹은 국내 기술을 다시 되돌아볼 계기로 비치기도 한다. 다만 현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이 노력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대안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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