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넥슨 인수전 풀어서 보기

게임 업계를 뒤흔든 사건

매출 2조 원 이상, 영업이익은 40% 달하는 국내 게임업계 1위 기업이 M&A 시장에 나왔다. 창업 성공신화로 불리는 김정주 대표의 *넥슨(Nexon)이다. 2018년도 예상 매출이 2조 5600억 원(YoY+11.5%), 영업이익은 1조 100억 원(YoY+14.7%)으로 사상 최대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떠오른 매각 이슈는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넥슨(NEXON): 넥스트 제너레이션 온라인 서비스(Next Generation Online Service)의 줄임

*2년간의 법정 공방과 정부의 게임 산업 규제에 따른 피로감 때문이다, 다른 사업을 위한 전략적 매각이다 등 이유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와중에 인수전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는 넷마블과 카카오가, 국외에서는 텐센트, 디즈니, EA 등이 참전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진경준 게이트: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4억 원에 사들여 160억 원으로 불린 사건으로, 현직 검사장 중에서는 최초로 구속됨. 비상장 주식 취득을 도운 혐의로 김정주 대표도 조사를 받았으나, 무죄 판결 받음

지분 매각 관계도

사실, 이번 매각의 대상은 사실 넥슨이 아니다.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 매각이다. NXC는 김정주 대표 일가가 98%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로, 넥슨 지분의 48%를 갖고 있다. 여기에 NXC의 자회사인 NXMH가 가진 넥슨 지분까지 합하면 60%가 넘는다. 도쿄에 위치한 넥슨 본사는 일본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데, 이 일본 넥슨의 100% 자회사가 바로 한국에 있는 넥슨 코리아다.

넥슨의 시가총액은 약 13조 원으로, NXC가 보유한 넥슨의 지분 인수에만 7조 원가량의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스토케(노르웨이 유모차), 비트스탬프(화폐 거래소) 등 NXC의 자회사들, 그리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총 인수금액은 10조 원 내외로 측정된다. 다만, 일본의 *공개매수 규정 때문에 넥슨 지분 인수에 예상금액의 최대 1.5배까지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개매수 규정: 지분을 1/3 이상 사들일 경우, 팔기를 원하는 다른 주주 주식까지 모두 사야 하는 규정

참전 기업-국내

이 거대 인수전에 국내 기업으로는 넷마블과 카카오가 참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업계 2위인 넷마블은 모바일에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온라인에 강한 넥슨의 주력 게임이 중국 *판호를 획득해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는 점, 넷마블이 갖고 싶어 하는 *지식재산권(IP)을 넥슨이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넷마블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판호: 게임 배포 허가. 사드 이후 한국 게임에게 내주지 않고 있음

*IP: Intellectual Property. 소재, 스토리, 캐릭터 등 유·무형의 창작물. 넥슨은 바람의 나라, 메이플 스토리 등 탄탄한 IP를 갖고 있는 회사로 손꼽힘.

캐주얼 게임 플랫폼에 특화되어 있는 카카오도 이사회 김범수 의장의 강력한 리드 아래 참전 준비 중이다. 넥슨의 캐주얼 게임으로 카카오 프렌즈와 같은 게임 및 캐릭터 사업 확장과 이익 상승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카카오가 최근 잦은 인수로 유동성 현금 자산이 부족해, 현금이 여유로운 넷마블과 재무 투자자를 모아 합동 인수를 진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참전 기업-국외

넥슨 던전앤파이터를 중국 내 독점 배급하는 텐센트도 참전 기업으로 거론된다. 텐센트의 경우 충분한 자금과 확실한 동기로(넥슨에 연간 1조 원에 달하는 배급 로열티를 냄) 강력한 인수 후보였다. 하지만 한국의 게임 기술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부정여론과, 10년 동안은 로열티를 그대로 내야 하는 유통 계약으로 인수 직후의 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 직접 인수보다 재무 투자자로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 외에도 이미 몇 년 전 넥슨 인수 소문이 돌았던 디즈니와 피파 온라인 파트너인 EA가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넥슨의 콘텐츠를 보고 인수를 고려할 수는 있어도, 넥슨 매출의 70% 이상이 중국의 로열티 수입인 점과 북미와 유럽권에서 인지도가 낮다는 점 때문에 디즈니와 EA의 넥슨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으로의 전망

‘던전앤파이터’가 2018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게임으로 등극하고, 국내 게임 규제안 중 하나였던 성인의 월 결제 한도 50만원이 올해 2월 중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넥슨 인수전이 더욱 활기를 띌 전망이다. 현재는 넷마블과 카카오의 적극적인 구애와 기술 유출에 부정적인 여론의 영향으로 국내 인수가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 기업 텐센트가 넷마블 지분의 17.7%, 카카오는 6.7%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라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넥슨 매각이 임직원들과 합의 전 발표되어 내부 잡음이 정리되지 않은 점도 난관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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