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빅블루, IBM의 선택은?

전설의 빅블루

빅블루. 우량 주식(=블루칩) 가운데서도 뛰어난 최우량 주라는 뜻으로, 100년 넘게 IT 업계의 전설로 불려 온 IBM의 별명이다. 하지만 별명이 무색하게 IBM은 이십 년 가까이 주주들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PC는 애플에 밀리고, 운영체제는 MS에, 클라우드 사업은 MS와 아마존 둘 다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IBM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공황, 글로벌 경제 위기 등 수 많은 위기를 경험했고, 사업의 변화를 꾀하며 잘 극복해 왔다. 2000년 초 대규모 적자로 회사 기반이 흔들릴 때, 컴퓨터 회사에서 서비스 회사로 기업 체질을 바꿔 도약에 성공한 사례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위기 극복뿐 아니라 시장을 선도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이에 대부분의 사업에서 후발주자가 된 IBM이 뒤늦게 판도를 뒤집을 베팅을 하기 시작했다.

1) 클라우드: 사업 재편

IBM은 저울, 계산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PC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로, 이후 레노버에 PC 사업부를 매각한 후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와 IT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통합 솔루션 회사로 거듭났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따라 클라우드, 인공지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 사업 중 하나였던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우 클라우드 시장 선점 실패와 기존 사업의 매출 악화로 위기설이 돌았다.

이에 IBM은 뒤늦게 뛰어드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단번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소프트웨어 회사인 레드햇을 39조 원(IBM 시가총액 30%에 달하는 금액)이라는 금액에 인수했다. 여기에 경쟁력이 약해진 일부 소프트웨어들을 인도 HCL(IT 솔루션 회사)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캐시카우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 중이다. 레드햇의 인수가 도약의 발판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반면에 매각하는 소프트웨어가 시장 내 1-2위일 때 인수되었던 제품들로, 인수 후 경쟁력이 하락(현재 3-4위)한 점을 들어 이번 행보에 부정적인 시각 또한 적지 않다.

*캐시카우: 돈벌이가 되는 상품이나 사업

2)인공지능: 코그너티브 비즈니스

IBM의 주력사업이라고 하면 인공지능 시스템 왓슨을 빼놓을 수 없다. 전 세계 45개국 이상에서 쓰이는 왓슨(IBM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20여 개의 산업에서 상용화된 AI 시스템이다. 2011년에 TV 퀴즈쇼에서 우승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나, 이후 눈에 띄는 기술발전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시대는 알파고만 기억하게 됐다. 이에 AI 분야에서 입지가 좁아진 IBM은 왓슨을 필두로 옛 영광을 재현할 아젠다를 꺼내든다. ‘코그너티브(Cognitive) 비지니스‘다.

코그너티브 솔루션은 *스마터 플래닛에 이은 차세대 전략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존 시스템에 학습 기능이 더해진 시스템이다. 2020년이 되면 전 세계에서 초당 1.7MB의 데이터가 생성되는데 이중 80%는 비정형 데이터로, 기존 시스템으로 다루기 어려운 데이터다. 이러한 데이터까지 분석하여 차별화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IBM 코그너티브 솔루션의 목적이다. 하지만 MS, 구글과 같은 IT공룡들 역시 연간 수백 개의 관련 특허를 등록하며 AI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IBM의 전략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스마터 플래닛: 전 IBM CEO 사무엘 팔미사노가 세운 전략으로, 상호 연결된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바꿔갈지에 대해 IBM의 시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

이처럼 IBM은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해 과감하게 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매출 비중이 큰 메인 프레임은 남기고 반도체 사업과 X6 서버 사업, 일부 소프트웨어들을 매각했다. 그리고 차세대 캐시카우로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뿐 아니라 사이버 보안과 블록체인 사업에 주력한다. 하지만 한 번 주류에서 벗어난 대가는 가혹했다.

IBM이 주력하겠다고 말한 시장들은 모두 누군가 선점하고 있는 상황으로, 열심히 쫓아가려 하지만 매출도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전면적인 개편을 단행하는 만큼, IBM이 빅블루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 과거의 영광으로 가라앉을지는 장기적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