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위험한, 트럼프의 시나리오

11월,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결정지을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의 시나리오는 모두 이 중간선거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역 불균형 해소와 내수 활성화로 경기를 회복한 경제적 성과, 북 핵 문제를 해결하는 외교적 성과를 어필하여 현재 행정부의 힘을 유지하는 것이 현재의 베스트 시나리오다.

다음 타깃은 한국

외교적 성과를 위해 북 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무역 불균형 해소에서 연결되는 경제적 성과 시나리오에 있다. 정확히는 이를 명목으로 꺼내든 <무역확장법 232조>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통상 안보를 해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량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법인데, 이를 무기로 캐나다, 멕시코, EU 등에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의 다음 타깃은 바로 한국산 자동차다.

미국의 관세 폭탄(2025% 고율 관세 부과)이 현실화되면 한국 자동차와 부품 업계의 생존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고율 관세를 맞을 경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가격이 9.912.0% 상승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함과 동시에, 국내 자동차 업계의 손실 금액이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85만 대에 달하는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길이 사실상 막히는 셈이다.

*하나금융연구소 추정치

엎친 데 덮친 격

당장에도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새우등이 터지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한국산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기계류 등 중간재를 수입해서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데,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우리 기업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받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중국에 1,421억 달러를 수출했는데 중간재 비중이 80%에 달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 데다 간접적인 피해인 탓에 어느 편도 들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었지만, <무역확장법 232조>로 자동차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면서 이번에는 기업도 정부도 적극적으로 방어태세를 갖췄다.

한국의 조치

기업으로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가장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 21일 현대차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방북을 포기하고 워싱턴으로 향했다.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기아차가 감당해야 할 관세가 연간 영업이익에 달하는 3조 5천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제재의 밑그림을 그리는 미국 상무부의 장관 윌버로스를 시작으로, 제재 안을 최종 승인하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를 만나 관세 부과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정부로서는 미국정부의 수입차에 대한 고율 관세 대상에 한국이 제외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쏟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 회담 중,

▲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자동차의 51% 이상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점,

▲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폭이 올 상반기 25% 감소한 점

을 들어 한국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 면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전망

이 모든 노력에도 미국의 중간선거를 의식한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미국의 현재 유권자들이 대중국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를 의식한 트럼프가 경제 회복을 발판 삼아 중국과 기타 국가에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미 양보한 이력이 있는 한국에 관세 부과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올 상반기 한미 FTA 재협상에서 미국은

▲ 자동차 픽업트럭 25% 관세 철폐를 2041년까지 미루고(어차피 한국산 자동차의 타깃 시장이 아니다),

▲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안전기준만 통과하면 한국에 수입될 수 있도록 5만 대 쿼터제를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어느 쪽 전망이 현실화될 지, 위협적인 트럼프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오는 11월 전후로 빠르게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