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다시 해냈다!

MS가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8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무려 1,000억 달러(124조 원)를 넘겼다. (회계연도는 나라나 기업마다 다른데, MS의 경우 6월 마감 기준이다.) 상승세가 반영된 건지 ‘세계의 혁신을 이끄는 회사’의 대표로 여겨지던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이 MAGA(Microsoft, Amazon, Google, Apple)로 대체되기까지 했다. 한때 시가 총액 700조에서 250조까지 떨어지면서, 한물갔다고 취급받던 MS는 도대체 무슨 요술을 부렸던 걸까?

MS의 터닝포인트

2014년, 당시 MS CEO 자리는 그 누구도 앉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였다. 내부적으로 매너리즘과 극심한 사내 정치에 몸살을 앓고 있었으며, 외부적으로는 IT업계의 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MS의 배는 가라앉고 있었다. MS 입사 22년 차 인도 출신 개발자, 사티아 나델라가 3대 CEO에 취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새로운 수장 사티아 나델라의 전략은 분명했다. 바로 비즈니스 전환이다. 먼저, 가망 없다고 판단되는 엑스박스, 윈도폰 등이 포함된 디바이스 관련 B2C 사업(Business to Customer: 고객 대상)을 대폭 축소했다. 그리고 링크드인 인수, 클라우드 애저(Azure) 사업 확산 등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중심의 B2B 사업(Business to Business: 기업 대상)에 주력했다. 여기에 기업문화 변화와 주요 사업부를 중심으로 인사개편을 단행하는 등 대내외적 변화를 주도하면서 MS의 주가를 60%까지 올려놓았다.

CEO 교체 배경

창업 멤버인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가 윈도와 오피스로 대히트를 친 이후, 빌 게이츠는 고객 대상(B2C: Business to Customer) 디바이스 분야를, 스티브 발머는 기업 대상(B2B: Business to Business) 클라우드 분야에 주목했다. 그렇게 구글이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있을 때 MS는 윈도, 오피스, 디바이스, 클라우드 네 가지 분야의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윈도XP 후속이었던 비스타가 처참한 성적을 거두면서 급하게 윈도 7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그 과정에서 모든 개발자를 PC용 운영체제인 윈도 7 개발에 집중시키느라 iOS와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모바일 분야 경쟁력 확보에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 IT업계의 주류였던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지 못한 것에 큰 타격을 입고 2대 CEO였던 스티브 발머는 결국 사퇴하게 되었다.

어쩌면 전화위복

하지만 스티브 발머는 클라우드 사업에 주력하여 반등의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비록 모바일 시장 장악은 실패했지만, CEO 재임 당시 사티아 나델라를 통해 MS 퍼블릭 클라우드 애져(Azure)를 개발하면서 당시 업계 1위였던 아마존 웹서비스(AWS)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후 사티아 나델라는 이 경험을 살려 3대 CEO 취임 당시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쳤고, 그 결과 현재 클라우드 통합(인프라, 플랫폼, 소프트웨어 등) 부문에서 업계 1위를 달성했다.

게다가 사티아 나델라의 MS는 역대 CEO(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와는 달리 시너지를 위한 협력 관계에 매우 긍정적인데, 이 또한 MS가 다시 주류로 편입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임 CEO들은 구글, 애플, 리눅스 등 경쟁사를 ‘암’이라 표현할 정도로 적대적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CEO는 애플의 아이패드용 MS 오피스를 개발하는 등 타사 제품과 호환되는 상품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경쟁사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자체 오픈소스 플랫폼 ‘코드플렉스’ 실패 대안으로 깃허브를 인수하는 등 활발한 교류로 외부의 혁신 속도를 따라잡음과 동시에 점차 시장 주도력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의 MS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며 화려하게 부활한 MS의 다음 타깃은 바로 인공지능이다. 현재 140여 개 나라에서 사용되는 클라우드 애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강력한 AI 기능을 안전하게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연간 보고서에서, “AI로 구현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및 인텔리전트 엣지를 통해 최상의 플랫폼과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MS의 전략”이라고 할 정도로 강한 개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도 방갈로를 포함한 전 세계 5개 지역의 MS 리서치팀에는 6,0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되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실제로 인공지능 관련 특허 출원으로 전 세계 1위를(2위인 구글의 2배) 차지할 정도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외에도 3가지 핵심기술이라고 하여 인공지능 외에 혼합현실, 양자 컴퓨팅에도 꾸준히 투자 중이지만 당분간은 MS가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하는 ‘인공지능 퍼스트’가 유지될 전망이다. 한 번 주류에서 벗어났다가 큰 패배감을 맛본 MS가 과거의 실수를 답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