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 억 시장에 기업가치 30조 회사가 나타났다

공룡의 등장

국내 음원 유통시장 규모는 약 4000억 원으로, 세계에서 8번째로 크다.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국민 5명 중 1명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그런데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총 이용자 수의 20배가 넘는 이용자를 가진 글로벌 스트리밍 회사가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기업가치가 한화 30조 원 대에 이르는 글로벌 음원 유통 1위, 스웨덴의 스포티파이다.

국내 상황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선발주자인 멜론(카카오), 벅스, 지니 뮤직(KT)을 필두로 후발주자인 플로(SK), 바이브(Naver), 유튜브 레드가 뒤따르고 있다. 멜론은 작년까지만 해도 4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음원 사재기와 차트 줄 세우기 논란, 경쟁업체들의 공격적인 저가 프로모션으로 올해 초 30%대로 하락했다.

네이버 바이브는 멜론에서 논란이 있었던 *정산 체계를 바꾸면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고, 6년 전 카카오에 멜론을 매각했다가 다시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든 SK는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홍보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저가 프로모션까지 가세하면서 점유율 싸움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티파이가 등장한 것이다.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곡의 재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사용료를 지불하는 비례 배분제에서 사용자가 낸 돈을 사용자가 실제로 들은 곡의 저작권자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인별 정산제로 변경했다.

스포티파이란?

2006년, 유토렌트에서 일하던 다니엘 에크와 데이터 전문가 마틴 로렌존이 스포티파이(Spotify=Spot+Indentify)를 개발했다. 당시 LP, CD 등의 전통 매체가 mp3 파일로 대체되고 파일 공유 사이트로 인해 음악 산업이 침체되고 있었는데, 최초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발하지는 않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스트리밍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스포티파이는 애플, 아마존, 텐센트, 유튜브 등 서비스 강자들 속에서도 2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며 점유율 36%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인 애플뮤직(18%)과는 2배나 차이가 나는데, 애플이 전 세계적으로 기기를 15억 대 이상 판매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선전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인구의 4%가 이용하는 스포티파이는 UK 차트, 빌보드 차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용자 확보의 비결

그렇다면 스포티파이는 어떻게 이 많은 사용자의 선택을 받았을까? 일단 기본적으로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어느 정도 제한은 있지만 국내처럼 1분 무료체험이 아닌 곡 전체를 듣는 게 가능하다. 게다가 차트가 아닌 취향 중심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의 선곡과 현직 디제이나 음악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선곡이 결합되어 있다.

무료 사용자에게는 듣는 노래나 가수를 중심으로 하루 만에 바로 추천해 주지만, 유료 사용자에게는 2주 동안 빅데이터를 모은 후 추천할 정도로 취향 기반 추천에 공을 들인다. 이 서비스에 사용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자 애플뮤직도 2018년부터 취향 기반 추천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이때 관련 전문가들의 몸값이 훌쩍 뛰기도 했다.

한국 시장에 먹힐까?

스트리밍 플랫폼이 음원까지 유통하는 한국 시장 특성상 관련 업체와 저작권 협의는 필수다. 그러나 스포티파이보다 먼저 한국에 진출한 애플뮤직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국내 유명 가수를 검색했을 때 결과가 몇백 곡에 이르는 멜론과 달리 저작권 협의를 하지 않은 애플뮤직에서는 몇십 곡 남짓뿐이다 보니, 애플뮤직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2년이 넘었음에도 1%대 점유율에서 멈춰있다.

스포티파이는 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올해 초 국내 법인을 설립한 후 관련 저작권 업체와 협의 중이다. 광고 수익 배분에 있어 합의가 이루어지면, 무료 구독 서비스를 한국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차트형 스트리밍 서비스에 염증을 느낀 구독자들이 취향 기반 서비스에 느낄 메리트 또한 기대해볼 만한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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