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골칫거리, 무역적자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

한국의 2018년 상반기는 여러모로 참 바빴습니다. 한미FTA 재협상에,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의심받았던 일, 그리고 플라자 합의 거론까지. 별개의 일처럼 보이지만 이 모든 일은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입니다. 참고로 2017년 미국 무역적자는 약5,660억 달러로, 한화 600조원 정도였습니다.

무역적자와 환율의 관계

한 나라의 무역적자(수출액<수입액) 발생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문제 해결에는 화폐의 가치를 내리는 것(=평가절하)*이 종종 거론됩니다. 화폐 가치가 높다는 것은, 그 나라의 돈이 비싸다는 것을 뜻합니다. 1,000원에 살 수 있었던 1달러를, 1,300원을 내야 살 수 있게 되고, 그래서 나라에서 나고 만들어지는 모든 것이 다른 나라에게는 비싸게 느껴지게 됩니다. 가령, 미국산 사과가 1개에 1달러인데, 달러가 비싸져서(=원/달러 환율이 올라서)* 전에는 1,000원에 살 수 있던 미국산 사과를 이제는 1,300원에 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산 사과 1,300원짜리 옆에 똑 같은 사과가 필리핀산이라는 이유로 700원에 팔리고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필리핀산 사과를 집어 들게 될 테니까요.

미국의 실제 타겟

강한 미국을 주창하는 트럼프가 관세전쟁에 뛰어든 것도, 환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플라자 합의 뉘앙스를 풍겼던 것도 모두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일이었습니다만 이 모든 것의 타겟은 사실상 한국이 아닌 중국입니다. 대중무역적자(미-중 간 무역에서 발생한 미국의 무역 적자)가 전체 적자 중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율과 무역 이슈에 관해 트럼프는 직설적이고, 여과 없이 말을 내뱉는다는 평가를 받는데, 올 하반기 미국의 중간선거 전까지는 대중무역적자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압박을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중국도 위안화의 평가절상(=비싸지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화폐의 가치는 그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대변해주기도 하는데, 중국에 의해 세계의 평화가 유지된다는 일명 팍스시니카를 꿈꾸는 중국으로서는 기꺼이 위안화의 가치를 올리려 합니다. 위안화의 가격을 공시(=공개적으로 알림)할 때, 평가된 가격보다 더 높여 공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율주권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얼마나 조정될지는 불투명하지만, 달러와 위안화는 글로벌 경제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화폐인 만큼 그 가치 변동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