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이야기가 담긴 재미있는 경제용어들

이미 죽은 고양이_데드 캣 바운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일본 이슈까지 겹쳤던 지난 8월 5일, 주식시장은 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을 맞닥뜨렸다. 코스피 2%, 코스닥은 7%까지 폭락하고 원 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반등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같이 단기간 급락을 겪은 장(market)이 소폭 반등을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일 때,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라고 말한다.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일시적으로 튀어 오른다는 다소 무서운 의미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반등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앞발로 내리치는 곰_베어 마켓

지금처럼 주가를 비롯한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거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세장을 베어 마켓(Bear Market)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상승하는 강세장을 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나 여의도 등 유명 증권가에는 곰이 아닌 황소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두 용어는 황소와 곰의 싸움을 붙이는 미국 전통 스포츠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공격할 때 앞발을 위에서 내리치는 곰은 주가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약세장을, 뿔을 밑에서 위로 치받는 황소는 상승하는 강세장을 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약세도 강세도 아닌 애매한 장세를 멧돼지(Boar)라도 하는데, Bull과 Bear를 애매하게 발음하면 Boar가 되기 때문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힘을 잃은 오리_레임 덕

정부 정책의 성과가 잘 나지 않거나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을 때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레임 덕(Lame Duck). 뒤뚱뛰뚱 걷는 오리의 모습에서 연상한 절름발이 오리라는 뜻으로, 정치 지도자가 집권 말년에 권력을 잃는 현상을 일컫는다. 미국과 한국 대통령, 일본 총리가 임기 말년에 접어들면서 뉴스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단어다.

지금은 주로 정치 용어로 쓰이지만, 원래 레임 덕은 영국 증권시장에서 빚을 갚지 못하는 증권 거래인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19세기, 미국에서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하기까지의 공백기에 전직 대통령의 권력이 급하락하자, 이를 레임 덕에 비유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뜻을 갖게 되었다.

코뿔소가 향하는 곳_회색 코뿔소 효과

이번에는 멀리서 코뿔소가 달려온다고 상상해보자. 매우 위험한 상황이니 얼른 피해야 한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몸이 굳어버릴 수도, 어디로 피해야 할지 몰라 멈춰있을 수도, 괜찮겠지 하고 무시해버릴 수도 있다. 위험을 예상할 수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무시해 버리는 것, 이 상황이 바로 *회색 코뿔소(Grey Rhino) 효과다.

*2013년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경제정책 연구소 대표인 미셸 부커가 소개한 용어

지금 그 회색 코뿔소는 중국을 향하고 있다. 막대한 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무려 세 마리다. 늘어나는 공공기관과 기업의 부채, 심지어 가계 부채는 *GDP 대비 50%를 넘어서는데 이 대부분은 주택 대출이며, 정부의 통제를 넘어 고위험 채권 투자로 고수익을 얻는 유사 금융(예: 헤지펀드)의 규모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코뿔소를 피하지 못해 받은 충격이 중국뿐만이 아닌 세계 경제를 흔들 것이라 경고하기도 한다.

예기치 못한 흑조의 등장_블랙스완 효과

회색 코뿔소는 저 멀리서 달려오는 게 보인다면, 흑조, 즉 블랙스완은 그 반대다. 하얀 백조가 그 동물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유럽에서, 흑조의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일, 또는 예측 데이터를 얻을 수 없었던 일이 발생해 큰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을 *블랙스완(Black Swan) 효과**라고 한다.

*예: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브렉시트 등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예측할 수 없는 것,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코뿔소가 달려오는 게 보여도 위험에 대비하지 못할 수 있고, 흑조가 나타난다고 다 좋지 않은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세계 곳곳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예측되는 위험도,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는 위험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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